올해 미국 펀드와 글로벌 신흥국(GEM) 펀드의 동반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 통상 미국과 신흥국 펀드는 상반된 자금흐름을 보였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11일 EPFR(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와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달러 강세 환경에도 불구하고 GEM 주식형, 채권형 펀드군은 순유입세를 기록했다. 특히 GEM 주식형펀드군에는 18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연속 순매수 기간으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면으로는 역대 세 번째다.
일반적으로 강달러 환경에서는 북미 등 선진국 펀드가 주목 받는다. 반면 신흥국 펀드에서는 자금이 이탈한다. 안전한 달러자산으로 투심이 몰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GEM 주식형, 채권형 펀드군 모두 순유입세를 기록했다. 또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신흥국 자산이 달러 강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국내 펀드 시장도 비슷한 자금 흐름을 보였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달러 강세가 두드러졌던 지난해 4분기(10~12월) 동안 글로벌 펀드와 북미 펀드, 글로벌이머징 펀드에 각각 456억 원, 19억 원, 106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미 대선 이후 지속된 강달러 환경에서 글로벌신흥국 펀드의 급속한 자금유출이 예상됐지만 순유입세를 유지한 것이다.
업계는 올해 미 경기회복과 증시의 트럼프 랠리, 연준의 금리인상 등으로 미 주식형펀드 강세와 이에 따른 GEM 펀드의 동반 상승세를 점치고 있다. 과거 펀드 자금흐름 기조가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에서 기인했다면 이번 펀드 자금 흐름은 미국 경기 회복 여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증시는 지난해 최고치를 경신하며 올해도 ‘트럼프 랠리’를 기대하고 있다. 미 경기지표 회복 기조와 안정적인 고용지표, 산업·소비지표 개선 등 미국의 안정적인 경기회복이 전망되고 있어서다. 또한 규제완화와 법인세 감면 등 트럼프 정부의 친기업적인 정책도 미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GEM 펀드군의 순유입세 배경에는 원자재 가격 반등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며 “올해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경우 시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기 회복 여부와 속도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던 달러와 신흥 시장 수익률은 2014년 이후 그 관계가 급격히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GEM 펀드 순유입세의 가장 큰 요인은 미국 및 글로벌 경기 회복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