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위협 현실화] ‘멕시코→미국’ 핸들 돌리는 電·車… 석유화학은 신중모드

입력 2017-01-11 10:22 수정 2017-01-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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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 공장 지으면 국경세” 압박… 산업계, 북미전략 대수술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의 아키오 사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모토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향후 5년간 미국에서 100억 달러(약 12조45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트위터로 도요타의 멕시코 공장 건설을 비난하자, 도요타가 이에 굴복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국 업체인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이미 미국 공장 투자 입장을 내놨다.

실현 가능성을 의심받던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전 세계 산업계가 출렁이고 있다. 자동차ㆍ전자ㆍ화학ㆍ철강 등 국내 산업계도 발 빠르게 북미 전략 수정에 착수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기아차, 공장 설립 반년 만에 ‘급브레이크’ =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5월 1조 원을 투자해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 연간 4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신생산기지를 마련했다. 중국 옌청(89만 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멕시코 공장을 북미ㆍ중남미시장 진출의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멕시코산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전략 선회가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해 말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해외 법인장 회의에서도 이에 대해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역시 미국 2공장 건설을 검토하는 등, 다각도의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부지를 알아보는 등, 미국 2공장 설립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철강업계 역시 고민이 많다. 트럼프 당선자가 제1의 규제 대상으로 철강을 꼽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미국의 350여 건의 반덤핑 제재 중 철강 제품의 수입 규제는 40%가량을 차지했다. 높아진 관세 장벽에 지난해 말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멕시코 현지에 자동차 강판 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미국 내 인프라 투자를 늘리겠다고 한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지난해부터 중국산 철강에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다”며 “두 나라의 보복관세 전쟁이 심화되면 한국이 반사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선제 대응 나선 삼성-LG전자 = 멕시코에 각각 TV와 생활가전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내 공장 건설 방안을 검토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주에 생활가전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생산기지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올 상반기 안에 구체적인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현지 제조업체 비용에 대해 혜택를 준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수입해 판매하는 사람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넋 놓고 있을 수 없다”며 공장 설립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여러 후보지를 놓고 조율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책 및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동부대우전자 역시 멕시코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통해 북미와 중남미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계획대로 투자하지만”… 예의 주시하는 석화업계 =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기아차 및 글로벌 완성차 업체 수요를 겨냥해 멕시코에 공장을 세운 기업들의 고민은 더 깊은 상황이다.

당장 GS칼텍스는 올 상반기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효성은 오는 2019년 완공을 예정으로 제2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효성은 지난 2011년에 세계 1위 에어백 업체였던 독일 GST를 인수하며 멕시코 엔세나다 지역에 연산 900만 개 규모 에어백 쿠션 공장을 확보하기도 했다.

GS칼텍스와 효성은 일단 현재 진행 중인 투자를 당초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 연간 3만 톤 규모로 공장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며 “오는 2020년까지 생산량을 5만 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 역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우려되는 만큼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큰 틀에서 투자 방향은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 관계자 역시 “아직 트럼프 정부가 공식 출범한 것이 아닌 만큼, 구체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현 상황에 대해 적극 모니터링하는 한편, 고객사를 다양화하는 등 자체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 한화첨단소재와 SKC, 코오롱인더스트리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사업부 자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해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대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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