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이끄는 거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과 얼굴을 맞댄다. 미국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트럼프와 실리콘밸리의 관계는 매우 험악했다. 실리콘밸리는 공공연하게 트럼프를 반대해 왔으며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이들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이에 오는 14일 열리는 IT 간담회에서 트럼프와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이 그동안의 갈등을 매듭 지을지 주목된다고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구글과 모회사인 알파벳의 CEO와 회장을 맡고 있는 래리 페이지와 에릭 슈미트 등이 간담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전했다. 인텔과 IBM 오라클 시스코시스템스 CEO도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대선에서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던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설립자 겸 CEO도 초대장을 받았으나 아직 참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간담회 주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IT기업들은 트럼프의 이민정책과 반독점 강화, 사용자 데이터 요구 등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
또 트럼프는 미국 일자리 지키기 중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이 부문에서 IT 기업들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 시가총액 기준 미국 상위 7개 업체 중 IT 기업은 애플과 알파벳 MS 아마존 페이스북 등 다섯 곳이나 된다. 그러나 IT 분야는 다른 산업보다 일자리 창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들 5대 IT 기업의 종업원 수는 총 60만 명이지만 해외 비중이 매우 크다. 반면 월마트스토어는 미국에서만 15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에서 “애플과 IBM 등 IT 기업들이 해외로 일자리를 송출하고 있다”며 “애플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플은 미국에서 8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으며 간접적으로 연관된 일자리도 200만 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폴 갤런트 코웬&코 애널리스트는 “IT 기업에 최상의 시나리오는 간섭 없이 홀로 남겨지는 것”이라며 “그러나 IT가 사람들의 일상 생활과 경제의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IT 기업들은 트럼프와 공통 분모를 모색하려 할 것이다. 이들은 트럼프의 ‘딜 메이커’ 본능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와 IT 거물들이 세금 개혁에 공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세금 개혁을 실시하면 IT 업체들은 해외에 쌓아놓은 막대한 현금을 미국으로 송금할 수 있다. 애플의 현금보유액 2376억 달러(약 279조 원) 가운데 91%가 해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