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8. 신정왕태후(神靜王太后)

입력 2016-12-1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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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메이커, 혼인을 이용하라

신정왕태후 황보씨(?~983)는 고려 태조의 제4비다. 황해도 황주 출신으로 아버지는 태위 삼중대광 충의공(太尉三重大匡忠義公) 황보제공(皇甫悌恭)이다. 태후는 태조가 즉위한 초기에 혼인한 것으로 보인다. 즉위 당시 태조의 나이는 42세. 그녀는 20세 미만으로, 둘은 2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났다고 봐야 한다.

그녀의 출신지인 황주는 신라시대 패강진이 있던 평주(황해도 평산)와 가까워 강력한 호족들이 존재했다. 태조는 해군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육군력이 빈약하다고 판단해 이 지역 호족 딸들과 적극적으로 혼인, 29명의 후비 중 9명이 황해도 출신이다. 그중 맨 처음 혼인한 상대가 바로 신정왕태후로, 그 집안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태후는 처음에 ‘황주원부인’으로 불렸으며, 아들 1명(왕욱, 대종)과 딸 1명(대목왕후)을 낳았다. 아들과 딸은 모두 이복남매 간에 혼인을 했다. 즉 아들은 태조 제6비의 딸(선의태후)과 혼인했고, 딸은 태조 제3비의 아들(광종)과 혼인했다. 이는 왕실의 신성성을 배타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943년 태조가 죽은 후 40년 이상 과부로 살았다. 아들과 며느리, 딸이 모두 일찍 죽었기 때문에 그녀는 손주들을 양육하였다.

975년에 광종이 죽고 그 아들 경종이 즉위했다. 경종은 외할머니인 그녀를 황주원부인에서 ‘명복궁부인’으로 승격시켰다. 그녀는 자신의 친손녀 두 명(헌애왕태후, 헌정왕후)을 경종의 왕비로 들였다. 또 친손주(성종)는 경종의 누이(문덕왕후)와 혼인시켰다. 현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근친혼을 거듭했는데,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권력을 분산시키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 혼인에는 당시 왕실의 최고 어른이었던 그녀의 의사가 강력히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981년 경종이 돌잡이 아들을 남기고 세상을 뜨면서 성종이 왕위를 계승했다. 성종은 경종의 매부이자 광종의 사위였기 때문이다. 2년 뒤 그녀가 죽자 성종은 그녀에게 ‘신정왕태후’라는 시호를 내리고 수릉(壽陵)에 매장하였다. 또한 태묘를 짓고는 태조와 함께 모셨다. 사실 태조의 제1비는 신혜왕후이므로 태묘에 들어가야 할 것도 신혜왕후였다. 그러나 성종이 태묘를 건축해 자신의 할머니를 태조와 함께 모셨다. 즉 신정왕태후는 비록 아들이 왕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외손자와 친손자가 경종과 성종으로 각각 왕위에 오르면서 그 위상이 높아졌다. 그리고 이는 적극적으로 근친혼을 통해 세력의 집중을 꾀한 그녀의 노력의 결과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후 성종이 아들 없어 죽자, 다시 그녀의 외증손자인 헌애왕태후의 아들 목종이 왕위에 오르며 그녀 후손들의 영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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