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식품업계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오너가 형제ㆍ자매 중 누구에게 경영 승계가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경영 일선에 나서는 이들 대부분은 경영 현장에서 실무를 익히거나 30대 중후반의 나이로 초고속 승진해 임원 타이틀을 달고 있다. 특히 경영 성과와 지분 매입 등이 후계 구도의 밑그림을 보여주면서 누가 그룹에 영향력을 발휘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일 대상그룹은 임창욱(67)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딸인 임세령(39)ㆍ임상민(36)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언니인 임세령 전무는 마케팅을, 동생인 임상민 전무는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맡게 됐다. 두 사람은 기존 업무를 그대로 맡되 직급만 승진한 것이지만, 재계는 동생에게 힘이 쏠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임상민 전무는 대상그룹 지주사인 대상홀딩스의 지분 36.71%를 가진 최대주주다. 임세령 전무는 20.41% 지분으로 2대 주주다. 다만 임세령 전무가 그룹 지배구조인 핵심기업 중 하나인 대상에서 대상홀딩스와 대상문화재단, 임 회장에 이어 4대 주주 위치에 있으며, ‘알짜’ 계열사인 초록마을의 지분 30.17%를 보유하고 있다. 임상민 전무는 초록마을 지분 20.55%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상 관계자는 “임 회장이 아직 건강하고, 직접 회사를 이끌어 가고 있어 경영승계를 논하기는 이른 시기”라며 “두 사람 모두 경영수업을 진행 중인 단계로 두 전무 사이도 좋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월 말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 등을 운영 중인 SPC그룹도 허영인(67) 회장의 차남 허희수(38) SPC그룹 마케팅 전략 실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말 장남 허진수(39) SPC그룹 부사장 승진에 이은 것으로 경영승계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형인 허진수 부사장은 SPC그룹의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 지분 20.2%, 동생인 허희수 부사장은 12.7%를 각각 보유하고 있어 형에게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파리크라상은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지분 변동은 언제나 가능하다. 상장사인 삼립식품의 지분율은 허진수 부사장이 11.47%, 허희수 부사장이 11.44%로 비슷하다.
현재 허진수 부사장은 그룹에서 해외 사업과 제품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희수 부사장은 국내 신사업과 그룹 마케팅, SPC삼립 마케팅에 주력해 고급화된 외식 문화인 ‘파인다이닝(Fine Dining)’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루 평균 3000여 개가 판매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쉑쉑버거’는 허희수 부사장의 작품이다.
이에 대해 SPC그룹은 “아직 경영 승계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며 “지금도 오너가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어 3세 경영이라는 평가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