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전 5% 정도였던 잠재성장률이 노동생산성 감소, 자본 축적 둔화 등으로 최근 3%대 초반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치유되지 못한 상태에서 성장잠재력이 계속 약화되고 있는 것은 매우 걱정된다.”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가 28일 서울 고려대학교 국제관에서 열린 ‘성장잠재력과 거시정책(Growth Potential and Macroeconomic Policy)’에서 이같이 말했다.
장 부총재는 “근년에 들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3% 정도를 나타냈는데, 주요국 성장률에 비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금융위기 이전 5% 정도였던 잠재성장률이 노동생산성 감소, 자본 축적 둔화 등으로 최근 3%대 초반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저성장 기조로 최근 성장잠재력이 이보다 더 약해졌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성장의 원인으로 수요측면에서는 소득불균형 심화,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 불확실성 증대 등의 구조적 요인을, 공급측 요인으로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증가율 둔화와 노동공급 감소, 고령화 진전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기술혁신 정체를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장 부총재는 “저출산·고령화, 과다한 유휴 생산능력, 가계부채 누증,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이 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인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며 “이 중에서도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총수요 및 총공급 양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UN이 18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출산률은 1.24로 꼴찌에 가까운 184위를 기록했다”며 “게다가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인구고령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나라”라며 우려했다.
저성장 탈피를 위해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장 부총재는 “저성장 기조 탈피를 위해서는 거시경제정책의 완화적 운용 못지않게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잠재력 배양이 중요하다”며 “정책당국은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시행해왔고, 조선, 해운, 철강 등 전통적인 수출주력 업종의 구조조정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에 대해서는 일자리·주거·교육·사회인식 등 여러 분야와 연계되어 있는 복잡한 사안”이라며 “다양한 대책들이 보다 체계적이고 상호보완적으로 수립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는 ‘성장잠재력과 거시정책’을 주제로 3개의 발표 세션과 종합토론 등으로 구성됐다. 개회사는 장병화 한은 부총재가, 환영사는 이남호 고려대 부총장이 맡았다. 아울러 케네스 웨스트(Kenneth West) 위스콘신대학교 교수가 기조연설을 했다.
이 행사에는 이종화 고려대 교수와 윤종원 OECD 한국 대표부 대사, 조동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외에도 독일, 벨기에, 대만 등 해외 중앙은행 이코노미스트와 국내 학계와 경제연구소의 저명 학자, 주한 해외대사관 재경담당관, 금융기관 인사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