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일까. 시작 전부터 하나 마나 한 청문회로 어설픈 결과를 낳고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추가경정예산을 놓고 기존 합의문을 손바닥처럼 쉽게 뒤집고, 당시 서별관회의 핵심 맴버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전 경제수석을 증인 명단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나랏돈 먹은 하마’ 대우조선 경영비리를 파헤치겠다고 나선 정치권이 연출하는 자작극의 서막인 셈이다.
전·현직 경영진이 정치권 인사들과 직거래하면서 대우조선을 정권의 호구로 전락시켰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 16년간 조선산업에 문외한 정치권발(發) 낙하산 인사들을 사외이사나 고문자리에 내정했다. 국민 세금 7조 원을 쏟아부었는 데도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는 작금의 대우조선 위기의 원죄론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지난 3개월간 대우조선을 향한 검찰의 수사는 ‘감동과 정의’보다는 ‘지연’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현재 남상태 전 사장과 측근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특수단 수사를 들여다보면 2009~2010년에 진행됐던 검찰 수사가 참 씁쓸하다.
당시 검찰은 남 전 사장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과 연임로비 의혹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때도 검찰은 남 전 사장의 핵심 측근인 건축가 이창하 씨를 비자금 조성책으로 의심했다. 그러나 “이 씨가 입을 열지 않아 수사의 진전이 없었다”며 남 전 사장을 향한 칼날을 돌렸다.
이후 2010년 남 전 사장의 연임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에게 무죄란 곧 ‘실패한 수사’를 뜻한다. 이 실패한 수사로 인해 망가지고 있던 대우조선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 것은 아닐까.
최근 정·재계를 흔드는 메인 이슈들에 공통분모를 가진 인물,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전 산업은행 회장)이다. 검찰 수사에서 민 회장이 거론된 것은 6월 대우조선 본사 압수수색 과정에서다. 수사관들이 홍보실 자료를 수색하면서 박수환의 뉴스커뮤니케이션즈와 체결한 계약서를 발견한 것이다. 이와 관련된 내막은 본지가 6월 29일 1면에 보도한 ‘[단독]檢, 남상태 연임로비 정황 포착… 홍보 대행사 통해 정·관계 로비’ 기사에 자세히 나와 있다.
대우조선의 전세기로 호화 남유럽 여행을 다녀 온 그들이다. 대우조선 계열사가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 단골손님으로 나랏돈 먹은 대우조선의 경영비리에 동참한 것을 애써 발뺌하는 모습은 그들의 사회적 품격을 의심케 한다.
남상태 전 사장은 20억 원대의 경영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황이다. 남 전 사장은 검찰 소환 전에 ‘자신이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는 심정으로 한때 자살까지 결심했다고 한다. 평생 ‘대우조선맨’으로 잔뼈가 굵은 그에게 얽히고설킨 이 같은 경영비리는 참지 못할 부끄러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대우조선 청문회, 누구 하나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국민이 주인인 대우조선에서 떨어진 콩고물로 연명했던 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