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만에 반등한 한국 수출이 다시 마이너스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진해운이 지난달 말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수출화물의 하역이 힘들어지면서 당장 기계, 가전, 섬유 분야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갤력시노트7 리콜이라는 돌발 악재에 미국 금리인상, 저유가에 따른 단가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수출 증가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01억 달러를 기록해 작년 같은 달보다 2.6% 증가했다. 2015년 1월부터 이어진 ‘마이너스’ 행진에 마침표를 찍고 20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9월에도 이 같은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돌입에 따른 물류대란 여파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한국 무역량의 6.6%를 운송했다. 전체 운송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냉장고와 세탁기 등 백색가전과 일반기계, 섬유 등 해운 운송 비중이 높은 품목의 수출에 대한 악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까지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 건수는 119건으로 피해 금액은 4000만 달러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5일 같은 시간까지 접수한 피해 건수와 금액이 32건에 1138만 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하룻밤 사이에 피해 신고가 4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임동민 교보생명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진해운 마비는 수출에 분명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정부와 수출기업들은 단기간에 대량의 화물을 운송할 대안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환율, 유가 변동 등도 여전히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파업이 수출 증가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있다.
저유가 등의 영향으로 수출단가의 전반적인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도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수출단가가 인상돼야 우리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8월 수출단가가 증가세로 전환했다지만 이는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수출의 일시적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