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왼손 가위질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만 해도 왼손잡이는 교정의 대상이었습니다. 옛 어른들은 밥상에서 왼손으로 밥 먹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 주위에 왼손잡이인 어떤 분은 상황에 따라 왼손과 오른손을 사용하곤 합니다. 가위질은 왼손으로, 커터칼 사용은 오른손으로, 야구는 왼손으로 하는데 또 당구는 오른손으로 치다보니 가끔은 무슨 일을 할 때 어떤 손을 써야 할지 고민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돌아가신 제 아버지는 밥은 오른손으로 드셨지만 원래 왼손잡이셨습니다. 왼손으로 밥 먹는 것이 허락되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식사 때나 외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셨습니다. 그러나 단 하나의 예외로 가위질은 항상 왼손으로 하셨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가위질을 보고 자란 저는 왼손으로 가위질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보고 따라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저는 이 가위질을 예로 들어 설명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어릴 때는 마치 스펀지처럼 흡수력이 좋기에 주변 사람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한 사람의 인간을 완성해 나가는 데는 자신의 노력도 노력이거니와 주위 분들로부터 받는 가르침과 영향도 결코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가위질할 때마다 제 선친과 지금까지 살아오며 저에게 길을 열어준 멘토들이 떠오릅니다. 집에 놓인 가위를 바라보며 저도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멘토가 되자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