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왼손 가위질

입력 2016-08-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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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른손잡이입니다. 그런데 오른손잡이인 제가 왼손으로 가위질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것을 보면 주위 사람들이 놀라곤 합니다. 회사 직원들과 회식할 때에도 삼겹살을 왼손으로 가위질하기 시작하면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얘기합니다. “제가 사실 왼손 가위질은 기가 막히게 합니다. 가위질이 서툴다기보다는 고기 자르는 기술이 부족한 게지요.”

제 왼손 가위질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만 해도 왼손잡이는 교정의 대상이었습니다. 옛 어른들은 밥상에서 왼손으로 밥 먹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 주위에 왼손잡이인 어떤 분은 상황에 따라 왼손과 오른손을 사용하곤 합니다. 가위질은 왼손으로, 커터칼 사용은 오른손으로, 야구는 왼손으로 하는데 또 당구는 오른손으로 치다보니 가끔은 무슨 일을 할 때 어떤 손을 써야 할지 고민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돌아가신 제 아버지는 밥은 오른손으로 드셨지만 원래 왼손잡이셨습니다. 왼손으로 밥 먹는 것이 허락되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식사 때나 외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셨습니다. 그러나 단 하나의 예외로 가위질은 항상 왼손으로 하셨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가위질을 보고 자란 저는 왼손으로 가위질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보고 따라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저는 이 가위질을 예로 들어 설명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어릴 때는 마치 스펀지처럼 흡수력이 좋기에 주변 사람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한 사람의 인간을 완성해 나가는 데는 자신의 노력도 노력이거니와 주위 분들로부터 받는 가르침과 영향도 결코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가위질할 때마다 제 선친과 지금까지 살아오며 저에게 길을 열어준 멘토들이 떠오릅니다. 집에 놓인 가위를 바라보며 저도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멘토가 되자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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