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에 적힌 호수와 건축물대장의 호수가 서로 달라 보증금을 받지 못하게 된 세입자가 중개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내 수천만원을 배상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단독 임수희 판사는 세입자 박모 씨가 공인중개사 이모 씨와 한국공인중개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이 씨와 협회는 각각 3800만원씩을 지급해야 한다.
임 판사는 이 씨가 등기부상의 표시와 현관문 표시가 다른데도 이를 간과한 잘못이 있다며 공제 계약을 체결한 협회와 함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박씨도 계약 당사자로서 부동산 현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부동산 현황과 장부상 표시가 뒤바뀌는 일이 흔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책임 범위를 40%로 제한했다.
박씨는 2011년 3월 이 씨를 통해 서울 송파구의 한 다세대 주택 303호에 2년 간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현관문에 303호로 표시돼 있어 임대차 계약서와 전입신고서는 모두 303호로 작성했고, 확정일자도 303호로 받았다. 하지만 건축물대장과 부동산등기부상으론 박씨 집이 '302호'였고, 법적인 303호 거주자는 박 씨의 집 맞은편이었다. 계약을 갱신해 3년째 이 집에 살던 박 씨는 맞은편 세대가 공매절차에 들어가면서 비로소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확정일자를 받아둔 박 씨는 장부상 303호에 대한 채권 신고를 해 보증금 9500만원을 회수하려 했다. 하지만 실거주자가 아니란 이유로 거절당했고, 장부상 303호는 결국 지난해 제3자에게 낙찰됐다. 박씨가 거주한 장부상 302호엔 모 상호저축은행에 채권최고액 65억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중개업자 이씨가 계약 당시엔 장부상 303호의 등기부를 뗐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힌 박씨는 결국 95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