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환율에 민감한 수출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IT, 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중심의 수출주 상승에 제동이 걸리면서 최근 이어진 코스피 상승장이 꺾일지 모른다는 관측도 불거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주의 타격은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수출주 중심의 전기전자 업종 지수는 전날보다 1.16% 상승한 11419.52에 마감했다.
전날 일제히 하락한 수출주들도 대부분 반등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1.17% 상승한 155만9000원을 기록했다. 현대차(0.37%), 현대모비스(0.78%), 기아차(1.34%) 등‘자동차 3인방’도 상승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도 각각 2,96%, 2.31%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수출주의 전망에 대해서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수출기업의 채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환율 하락이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수출물량을 감소시킬지는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리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기 위해서는 원화 실질실효환율이 상승해야 한다”며 “이는 원화 가치의 상승폭이 주요 수출경쟁국 통화가치보다 더 커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 들어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원화보다 더 큰 폭으로 절상됐다”면서 “수출경합도가 가장 높은 엔화가 이같이 절상됐다는 점에서 우리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악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수출 대상국 경기가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수출주 투자에 긍정적인 요소다.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은 지난달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2분기 성장률과 산업생산, 총통화량(M2) 공급을 발표하면서 경기 모멘텀 반등을 예고했다. 미국과 유로존 등 다른 주요국의 경제 지표도 대부분 기대를 뛰어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대상국의 경기 모멘텀이 강해진다면 한국의 수출 환경은 환율 하락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면서 “코스피 업종별 상대수익률과 환율 변화율 민감도를 계산해봐도 원화 강세가 수출주의 수익률 훼손으로 반드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주요 수출주인 반도체, 철강, 화학, 조선, 기계 등 IT 및 소재·산업재 업종은 원화 강세 구간에서 오히려 코스피 대비 초과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우리 증시를 주도하는 외국인은 원화강세 속에서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1조1288억원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같은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원화 강세는 한국 경제의 체력이 건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설명한다. 외국인의 매수세는 코스피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상승장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