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6대 웨스트민스터 공작인 제럴드 카벤디시 그로스베너가 사망하면서 아들이자 7대 공작인 휴 리처드 루이스 그로스베너가 25세 나이로 세계 최연소 부자에 올랐다고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로스베너는 그의 가문의 123억 달러(약 13조5680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물려받아 블룸버그의 세계 400대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재산에는 런던 부촌인 메이페어와 벨그레이비어의 수백 에이커에 달하는 대지와 영국 곳곳의 저택, 런던 소재 부동산업체로 지난해 말 기준 130억 파운드에 달하는 자산을 관리하는 그로스베너그룹이 포함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영국 로펌 버윈레이튼파이스너의 매를린 맥키버 변호사는 “그로스베너 가문의 부동산은 의회에서 1933년 제정된 그로스베너 부동산법에 따라 상속이 사실상 남성 후계자로 제한된다”고 말했다.
그로스베너는 세계 400대 부호 명단에 있는 두 번째로 젊은 루카스 월튼보다 4살 어리다. 월마트 창업주 가문 출신인 루카스 월튼은 지난해 11월 블룸버그 명단에 들었다.
페이스북을 공동 설립한 마크 저커버그와 더스틴 모스코비츠가 32세로 그 다음 젊은 부자군을 형성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올해에만 재산이 92억 달러 늘어나 현재 55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모스코비츠와 월튼, 그로스베너 등 세 사람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1.5배 많은 수치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새 공작이 웨스트민스터 가문을 대표하게 됐지만 그의 어머니와 세 명의 누이 등 다른 가족들도 여전히 가문의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로스베너 가문 구성원들은 그로스베너그룹의 피신탁인으로 지정돼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77년 토머스 그로스베너가 런던 서부의 늪지대와 목장, 과수원 등이었던 500에이커의 땅을 상속받은 12세의 매리 데이비스와 결혼하면서 가문의 부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330여 년이 지난 지금 웨스트민스터 공작 가문은 런던에서 가장 비싼 지역으로 변한 이 토지의 대부분을 여전히 갖고 있으며 전 세계에 걸쳐 많은 자산을 보유한 부동산 대기업 그로스베너그룹을 구축했다.
이 가문의 역사는 1066년 길버트 르 그로스베너가 노르망디공 윌리엄 1세의 영국 침공 때 같이 건너오면서 시작됐다. 그로스베너라는 성은 ‘사냥의 대가’라는 뜻이다.
후손이 1440년대 체스터 인근 이튼의 부동산 상속녀에 결혼했으며 1643년에는 리처드 그로스베너가 웰시의 광산을 매입했다. 영국 내전 당시 왕을 지지하면서 부동산을 잃을 위기에 처했으나 벌금을 물기로 하고 이를 지켰다. 제럴드는 생전 FT와의 인터뷰에서 “그로스베너 가문은 매우 강한 생존본능을 지니고 있다”며 “올리버 크롬웰처럼 모든 정부가 우리를 사냥하려 했다. 우리가 계속 냉정을 유지한 것이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1700년대 가문은 런던의 메이페어 토지를 탐나는 주거지역으로 만들었으며 이후 벨그레이비어도 개발했다.
제럴드는 일찍부터 부동산 사업에 눈을 떠 가문의 부를 더욱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죽기 전 영국 3위, 세계 68위 부호로 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