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 상반기 외화내빈(外貨內貧)의 실적으로 위기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반기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라는 본업의 이익은 여전히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는 2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16년 상반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을 갖고 올 상반기 매출액 47조273억 원, 영업이익 3조104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글로벌시장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음에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출은 7.5% 늘었다. 다만 미국 ‘슈퍼볼’ 광고와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 등으로 마케팅 관련 활동이 증가해 영업이익은 7.0% 감소했다. 영업이익률 또한 6.6%를 나타내며 전년 동기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지 업체들의 공세로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종료로 하반기 국내 판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또한 신흥국 공장 가동률 하락, 높은 금융 인센티브 지급 등으로 자동차 본업의 손익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질적 성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하반기의 불확실성을 타개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지난 18일 해외법인장 회의에서도 “어려운 외부 환경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며 “끊임없는 혁신만이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제네시스 G80, G90의 성공적 미국 론칭을 통해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는 물론 생산, 판매 능력을 배가시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자”고 밝혔다.
현대차의 실적 발표와 함께 이뤄진 콘퍼런스콜에서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은 하반기 경영계획에 집중됐다. 하반기 경영 전망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 전략과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로 내수 시장의 위축, 중국 시장 부진 탈피 전략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최경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 공장 생산 확대와 SUV, 신형 제네시스의 글로벌 진출로 인한 판매 확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본격적 해외판매 등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본부장은 이어 “올해 12월 예정됐던 신형 그랜저 출시 시기를 앞당겨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로 예상되는 내수 위축에 대응할 예정”이라며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노후 경유차 폐차 프로그램 보장 서비스를 전 차종으로 확대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