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기구인 건강보장미래전략위원회는 급속한 고령화와 의료비 지출 증가로 25조2400억 원 규모의 건보 지출 예산이 2015년 80조2600억 원으로 늘어난다는 전망을 내놨다. 위원회는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건강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지출한 건강보험 급여비는 45조 원 규모로 예측이 크게 빗나갔다. 의료 시민단체들은 높은 본인 부담률과 경제 침체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서민들이 어쩔 수 없이 병원 이용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2013년 3조 원, 2014년 4조6000억 원, 2015년 4조 원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도 3조 원 이상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누적 흑자에도 정부는 2013년 1.6%, 2014년 1.7%, 2015년 1.35%, 2016년 0.9%로 매년 건보료를 인상해 왔다.
우리나라 건보 보장률(총진료비 중 건보 부담 비율)도 65% 내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5%)보다 낮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 등 공급자들에게 돌아가는 내년도 건강보험 수가는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인 2.37%로 확정됐다.
정부는 건강보험법상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국고지원 14%, 건강증진기금 6%)를 지원하기로 돼 있지만 최근 9년(2007~2015년) 동안 12조3099억 원(국고지원에서 4조1556억 원, 건강증진기금에서 8조1543억 원)을 덜 지원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하며 건강보험과 요양보험 등 각종 사회보험이 2020년대부터 차례로 적자로 전환해 2060년이면 대부분 고갈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미래의 불투명성에 대한 장기전망은 가변성이 커서 의미가 없음에도 입맛에 맞춰 장기재정전망을 정치적 명분으로 삼고 있다”며 “건보 재정 운용의 실패로 흑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장성을 강화하거나 건보료를 인하하는 방향이 맞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