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후지하라 가즈히로, ‘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

입력 2016-06-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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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자와 읽지 않는 자의 차이

“20세기형 성장사회가 ‘다 같이’를 상징한다면, 21세기형 성숙사회는 ‘개개인 각자’를 상징한다.” 후지하라 가즈히로의 ‘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비즈니스북스)는 성숙사회에서는 대세에 편승해 행복을 누릴 수 없다고 말한다. 취미 독서를 넘어 인생을 열어나가기 위한 독서가 필요한 시대임을 실증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펼치는 이 책은 독서 예찬론을 뒷받침하는 서적이다. 자신에게 맞는 행복론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가 중요한다. 저자는 “자기 주관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책을 읽지 않고 어떤 다른 방법이 있을까?”라고 묻는다. 읽는 자와 읽지 않는 자 사이에는 어떤 격차가 벌어지게 될까? “나는 앞으로 일본에서는 신분이나 권력이나 돈에 의한 ‘계급사회’가 아니라, 독서 습관이 있는 사람과 독서 습관이 없는 사람으로 양분되는 ‘계층사회’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에서 독자들은 묻고 싶을 것이다. “도대체 웹으로 입수하는 정보와 책으로 입수하는 정보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여기서 눈여겨볼 만한 연구 결과가 인용된다. 쓰쿠바 대학교 이쓰무라 히로시 교수는 리포트를 쓸 때 책을 읽는 사람과 안 읽는 사람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규명하는 연구를 한 바 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 작성된 리포트는 주제가 여러 갈래로 나눠지고 논리적 전개가 부족했으며, 무엇보다 자신만의 의견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반면에 책을 기초로 작성된 리포트는 스스로 가설을 세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다른 주장을 제기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한 읽기와 책 읽기는 정보 수집상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평소의 경험과도 일치한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은 책 읽기에 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 확신과 신념을 심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책을 읽으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 △독서는 작가의 뇌와 자신의 뇌를 연결하는 일. △독서는 내 인생에 이렇게 도움이 되었다. △정답이 없는 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한 독서. △책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독서 습관이 몸에 배는 방법.

TV 화면과 같은 동영상은 연속적으로 두뇌에 정보가 제공된다. 따라서 뇌는 그 정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기 때문에 뇌는 표층만을 이해하는 데 그치고 만다. 하지만 독서를 하는 사람은 내용을 통해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게 된다. “책을 읽는 행위에는 언어뿐 아니라 시각적으로 영상을 머릿속에 떠올리거나 과거의 체험에 비추어 생각한다. 나아가 스스로 얻어낸 정보를 토대로 한층 자신의 생각을 구축하는 프로세스가 진행되므로 인간이 지닌 창조적인 뇌력이 100퍼센트 활성화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는 영상의 시대이고, 앞으로 영상의 위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대세를 그냥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대세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해상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인간의 상상력은 점차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모든 것이 세세하게 다 보이면 상상할 필요가 전혀 없어지기 때문이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주장이나 의견 그리고 유행을 아무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지는 이 시대도 독서력 하락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맞서 스스로 보호하는 나름의 방법을 갖고 있어야 하며, 영상이 지배하는 시대의 빛과 그림자를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평소에 갖고 있던 독서에 대한 확신을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는 책이다. 읽지 않으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역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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