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마바 정부가 들어선 후 미국 기업들이 포기한 대형 기업 인수·합병(M&A) 규모가 총 3700억 달러(429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집권 시기에 기업들이 대형 M&A를 포기한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당국이 일자리 감소와 반독점 우려와 법인세 등의 근거로 전례없이 많은 ‘빅 딜’에 제동을 건 것이다.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보톡스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앨러간과의 M&A 무산이 가장 최근 오바마 정부의 태클로 좌초된 빅딜 중 하나다. 양사 합병의 가치는 1600억 달러였다. 그러나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을 피해 아일랜드로 합병회사의 본사를 옮기려고 했다가 미국 재무부가 새 규제안을 내놓아 발목을 잡았다. 결국 양사는 전날 합병안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4년 또 다른 미국 제약업체 애브비와 아일랜드 샤이어의 550억 달러 인수안도 미국 재무부가 조세 관련 규정을 변경해 좌초시킨 바 있다.
미국 법무부가 나서 제동을 건 사례도 있다. 지난해 케이블업체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은 710억 달러 규모의 합병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반독점과 망중립성 훼손 등을 문제 삼아 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이자 합병은 무산됐다. 2011년 이동통신업체 AT&T와 T모바일의 390억 빅딜도 비슷한 이유로 법무부가 합병 무효화 소송을 제기해 좌초됐다.
다른 전임 대통령과 비교해도 오바마 정부의 M&A 태클은 가장 많다. FT의 분석결과 오바마 정부가 100억 달러 규모의 M&A를 퇴짜 놓은 것은 총 5건인 반면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1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건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오바마 정부의 잦은 간섭으로 월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일부 투자은행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좌파 논리에 치우쳐 업계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보다 대형 M&A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데다 합병으로 인한 반독점에 대한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 개입이 잦아지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