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단체들이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자리에 금감원 내부인사가 내정된 것을 두고 반발하고 있다.
4일 금융소비자원 등 주요 소비자단체들은 금감원 소보처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김수일 금융규제정비추진단장(부원장보)의 소비자보호 관련 경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 부원장보는 지난달 2일 시행된 금감원 조직개편에 따라 부원장급으로 격상된 소보처장 자리에 내정, 현재 인사 검증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김 부원장보는 소비자 권익 보호와는 상관없는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이쪽에 사실상 전문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원장보는 1987년 보험감독원 기획조정국을 시작으로 금감원 보험계리실 실장, 기획조정국장, 총무국장 등을 거쳤다. 최근까지는 기획·경영담당 부원장보를 맡았다. 금융소비자 권한 보호와는 관련성이 크지 않는 부서들이다.
금감원은 최근 내부 인사적체 해소 등을 이유로 주요 보험사 상근감사직 인사에 개입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금감원의 한 임원은 해당 보험사 사장에게 직접 전화해 "감사직 3연임 제한 등에 협조하지 않으면 금감원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보처가 설립된 2012년 5월 이후 최초로 내부인사가 처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금감원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 부문과 소비자 보호 부문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소보처장 자리는 외부인사로 충원해왔다.
오순명 현 소보처장(2대 처장)은 우리은행 본부장, 우리모기지 대표 출신이다. 문정숙 초대 처장은 서울시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숙명여대 교수 출신이다. 김 부원장보가 최종 임명되면 첫 내부인사 출신 소보처장이 된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내부인을 처장 자리에 앉히는 건 자신들이 내부적으로 힘을 발휘하겠다는 의미"라며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내부인사를 충원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것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최근 금감원 조직개편으로 소보처 권한이 더욱 강화된 시점에 내부인사를 내정한 것이어서 ‘밥그릇 지키키’라는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2일 소보처 조직을 3국 2실에서 6국 3실로 확대 개편하고, 소보처장 직위를 현 부원장보급에서 부원장급으로 격상했다. 소보처장 아래에는 부원장보 1명을 두기로 해 처장 지위는 한층 강화됐다.
일각에서는 소보처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대표는 “최근 ELS손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진 것도 소보처가 제대로 시장을 감독하지도, 소비자를 보호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감원에 민원 넣다가 거절돼 시민단체로 찾아오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그동안 소보처는 금융소비자적 관점이 아닌, 관의 입장에서만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투데이는 수차례에 걸쳐 김수일 부원장보에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