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위기를 맞기 전까지는 누구도 넘보기 힘든 1등 증권사로 군림했다. 대우증권의 전신은 1970년 9월 세워진 동양증권이다. 1973년 대우실업 계열사로 편입됐으며 1983년 삼보증권과 동양증권을 합병한 후, 대우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하며 국내 초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했다.
대우증권의 장점은 탄탄한 ‘맨파워’였다. '증권사관학교'란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숱한 증권가 인재들이 대우증권을 통해 배출됐다. 홍성국 현 대우증권 사장을 비롯해 이번 대우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김기범 전 현대증권 사장,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대표,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트러스톤연금포럼 대표,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등 업계의 유력 인사 중 상당수가 '대우맨'이다.
특히 1984년 설립된 대우경제연구소는 국내 첫 민간 ‘싱크탱크’이자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효시가 됐다. 대우경제연구소 출신들은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비롯해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는 강석훈 의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정희수 의원,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이한구 의원이 모두 대우경제연구소 출신이다.
‘1등 증권사’는 외환위기 이후 부침을 겪었다.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김우중 전 회장이 끝까지 내놓고 싶지 않았던 대우증권도 결국 매물로 나오게 됐다. 대우증권의 최대주주는 제일은행 등으로 변경됐고, 대우 계열에서도 분리됐다. 이후대우증권은 9개월 동안의 매각 과정을 거쳐 결국 새 주인으로 산업은행을 맞게 된다.
산업은행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이후 대우증권은 다시 업계 1위 자리를 탈환한다. 2004년에는 주식중개 점유율 1위를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탈환했고, 리서치, 법인영업, 기업공개(IPO) 등도 1위 자리에 올랐다. 2005년에는 삼성증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되찾았다.
2010년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했던 여의도 본사 사옥을 되찾기도 했다. 지난해 NH농협증권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증권업계 자기자본 1위 자리를 NH투자증권에 내줬지만, 여전히 증권업계 수위권을 고수하고 있다.
이제 ‘1등의 DNA’, ‘긍지높은 기업문화’를 가진 45년 역사의 대우증권은 이제 다시 16년 만에 까마득한 ‘후배’인 미래에셋의 품에 안기게 됐다. 대우증권 내부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대우증권 직원들은 자존심을 구겼다는 반응과 함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단행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통합 후 대우 브랜드를 사명에 유지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