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티잉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갤러리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전인지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인지의 티샷 차례가 왔다. 모든 갤러리는 숨을 죽여 전인지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때 적막을 깨는 환성이 들렸다. “덤보! 파이팅!” 한 남성이 외치자 전인지의 응원 플래카드를 든 남성들이 일제히 ‘파이팅’을 외쳤다. 이들은 전인지의 팬카페 ‘플라잉덤보’ 회원들이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장은 팬클럽 응원 대전이었다. 전인지를 비롯해 박성현(22), 고진영(20·이상 넵스) 등 일부 스타플레이어들의 팬클럽 회원들은 대회장을 찾아 조직적인 응원전을 펼쳤다.
국내 프로골퍼 중 가장 많은 팬클럽 회원을 보유한 선수는 전인지로 현재 5361명(이하 26일 기준)이 가입, 활발하게 할동하는 회원도 1000명에 이른다. 전인지는 매 대회 성적에 상관없이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며 폭발적 인기를 실감케 했다.
여자 프로골퍼 팬클럽의 원조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하늘(27·하이트진로)의 ‘하늘사랑’과 이보미(27·코카콜라재팬)이 ‘스마일캔디’다. 두 팬클럽은 2000년대 후반 30~50대 남성들로 구성된 ‘삼촌팬’이 원조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박성현의 팬카페 ‘남달라’는 오히려 여성팬이 더 많다.
응원 및 관전 방법은 팬클럽마다 천차만별이다. 선수의 플레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취향과 플레이스타일에 맞춘 응원전을 펼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인지는 힘 있는 응원으로 기를 불어넣는다. 파만 해도 버디 이상의 함성이 터져나와 동반 플레이어가 위압감을 느낄 정도다. 반면 감색 모자를 쓴 이정민(23·비씨카드)의 팬클럽 회원들은 이정민의 차분한 성격에 맞춰 조용히 플레이를 지켜보며 18홀을 함께 한다.
이들 팬클럽 회원들이 응원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건 바람직한 갤러리 문화다. 개중에는 스스로 QUIET(조용히) 피켓을 들고 경기 진행을 돕는 회원도 있다. 수년 전만 해도 볼 수 없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