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농사짓고 지방대 나온 제가 우리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전 200여 기업에 원서를 냈는데 서류전형 아니면 면접에서 모두 떨어졌어요.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말 거짓말 같아요.” 2년간 취업준비 한 제자의 절망을 접하면서부터다. 이 제자뿐만 아니다. 기업 입사시험 시즌이 끝나가는 요즘 좌절한 수많은 학생을 향해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허울 좋은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개인의 노력과 실력에 비례해 보상이 주어지고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능력주의(Meritocracy) 신화는 2015년 대한민국 사회에선 생명력을 잃었다. 대신‘권력과 자본을 쥔 부모와 금수저(세습자본)가 성공의 보증수표’라는 금수저 신화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가 지난 17일 발표한 논문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1970~2013’에 따르면 개인이 한세대 동안 쌓은 재산 중 물려받은 재산을 통해 형성된 부분과 스스로 벌어 저축한 부분을 살펴본 결과, 상속자산의 비중이 1980년대 27%에서 1990년대 29%, 2000년대 42%로 급상승했다. 금수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연구위원이 4월 발표한 보고서 ‘세대 간 계층 이동성과 교육의 역할’에 따르면 한국에서 성공, 출세하려면 ‘성실성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답변은 2006년 41.3%에서 2010년 29.7%로 줄고 부모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학벌과 연줄’이 중요하다는 답변은 같은 기간 33.8%에서 48.1%로 증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계층 상승 사다리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20대 이상 8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개인의 노력을 통한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 81%가 가능성이 적다고 답했고 90.7%는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심각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사람이 자본과 권력의 세습으로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다는 현실을 절감한다.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가 ‘21세기 자본’에서 지적했듯 우리 사회는 자본이 돈 버는 속도가 노동이 돈 버는 속도를 앞질러 자본을 바탕으로 한 계급화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스티븐 J. 맥나미(Stephen J. McNamee)와 로버트 K.밀러(Rovert K. Miller)는 ‘능력주의는 허구다(The Meritocracy Myth)’에서 성공의 요인은 노력이 아닌 부모의 배경, 학교와 교육, 사회적 자본과 문화적 자본, 특권세습, 차별과 특혜 등 비능력적 인 것들이라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현실이 그렇다.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라는 능력주의 신화가 설 자리를 잃고 금수저 신화의 위력이 막강해지면서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은 헬조선”이라고 아우성친다. 꿈과 희망, 가능성으로 부풀어 있어야 할 청년들이 취업과 결혼, 출산, 인간관계, 꿈 등을 포기하며 절망에 빠지고 심지어 목숨마저 끊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젊은이들이 자랑스러워해야 할 대한민국을 헬조선으로 부르는 것은 검인정 역사 교과서 때문”이라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헛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맥나미와 밀러 교수가 주장하듯 조세 및 재정지출 정책, 복지정책 등 제도를 개선해 계층과 사회 이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금수저 보다는 노력과 실력이 힘을 발휘하는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면 젊은이들의 입에서“대한민국은 헬조선”이라는 말은 절로 사라질 것이다. 그런 사회가 되면 종강 때 다시 말할 것이다. “꿈은 잊지 않으면 실현되고 노력과 실력이 성공의 첩경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