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미약품 주식을 매수한 소액투자자 A씨는 요새 통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미약품이 대규모 계약 소식을 알리기 전인 지난 3월 중순 A씨는 보유주식을 모두 처분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미약품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기관투자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억울함이 더욱 커졌다. 아무것도 모른 채 투자결정을 내린 자신의 잘못이라고만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24일 법무법인 한누리에 따르면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이용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통상 같은 시기에 반대방향으로 매매한 사람이다.
한미약품의 미공개정보이용 혐의는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미약품은 3월 19일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와 7800억원 규모의 면역질환치료제 라이선스 계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전부터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거듭했다.
기관의 전폭적인 매수세 덕분이었다. 3월 초 10만원 언저리를 맴돌던 주가는 발표 전일 18만원까지 올랐다. 이에 A씨는 ‘고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말 9만원 대에 매수한 주식을 올해 3월 16일 15만원 근처에 처분했다. A씨와 같은 많은 개인투자자가 호재 발표 전 염가에 주식을 내놓은 꼴이 됐다.
계약 사실을 발표한 후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4월 말 38만원에 거래되며 두 배 이상 올랐고 7월에는 50만원을 돌파했다. 기관의 사전 매수에 A씨가 쉽게 차익실현 매물을 던지지 않았다면 몇 배의 이익을 거둘 수도 있었던 셈이다.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검찰 수사를 통해 한미약품 직원이나 그로부터 정보를 수령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매수거래를 한 펀드매니저 등의 혐의가 드러난다면 이들에 대해 피해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미공개정보이용행위가 이뤄진 날로 추측되는 기간에 한미약품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들은 위의 피고와 이들의 사용자인 기업체에 일반 소송 또는 증권관련집단소송법에 따른 집단소송 제기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관련집단소송을 통한 피해보상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난해 한누리는 SMEC의 유상증자 공시 직전 대량매도를 한 최대주주 등을 대상으로 미공개정보이용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증권관련집단소송을 검토했지만 대상 회사가 회생절차를 밟는 등 집행상 불확실성이 발생해 보류 중이다.
구 변호사는 “증권집단소송은 장시간이 소요되고 절차가 복잡한 것이 사실이지만 가능성이 없진 않다”며 “검찰이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마친 후에 소송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