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오너 일가의 미성년 자녀가 보유한 주식 자산 규모가 역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나눈 일명 ‘수저 계급론’ 중 ‘금수저’를 문 상장사 오너일가 미성년자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경영 분석 업체인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으로 상장사 주식 1억원 이상을 보유한 만 19세 이하(1995년 11월 6일 이후 출생자) 미성년자는 모두 366명으로 지난 9월 말의 262명보다 2개월 만에 100명 이상 늘었다. 이 중 100억원 이상 규모의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는 모두 14명으로 집계됐다. 미성년자의 주식가치는 이미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총액 1조58억원을 기록, 연초(3673억원) 대비 173.9%나 급증했다. 오너 일가 미성년 자녀의 주식 가치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미성년자 주식부호 상위권에는 최근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을 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의 손자와 손녀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임 회장의 12세 손자가 보유한 한미약품 계열사 주식가치는 6일 종가 기준 1095억6000만원에 달하며 미성년자 주식부자 1위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손자는 2011년 전후 증여 또는 무상 신주로 한미사이언스 등 계열사 지분을 취득했다.
올해 7∼11세인 임 회장의 나머지 친·외손주 6명도 비슷한 시기에 증여나 무상 신주로 받은 계열사 주식의 가치가 각각 1069억2000만원에 달한다. 임 회장의 손주 7명의 주식가치 총합은 약 7510억원으로 올해 초 611억원에서 12.3배 규모로 불어났다.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장남과 차남도 각각 418억원과 171억8000만원으로 집계되며 한미약품 회장 손자 손녀 7명에 이어 미성년자 주식부호 8~9위에 올랐다.
이밖에 JW중외제약의 지주사인 ‘JW홀딩스’의 최대주주 등 주식소유 현황에 오른 18살, 19살의 미성년자 손주들은 각각 126억3752만원, 3억2300만원 상당의 계열사 주식을 가지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와 계열사 ‘동아에스티’에서는 19살, 18살의 두 손주가 각각 4억4220만원, 3억1700만원어치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정몽익 KCC 사장의 아들이 114억7000만원, 허태수 GS홈쇼핑 사장 딸이 109억6000만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의 손자 2명은 지난달 회사 주식 3만6000여주씩을 부친에게서 상속받아 새로 미성년 주식부호 대열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