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받는 사람이 꼭 필요한 것을 골라서 보내야 좋다. 벗에게 보낸 짚신은 날 찾아오라는 초청장이다. 그렇게 짚신처럼 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붉은 콩을 보내는 관습이 있었다. 상사자(相思子)라고도 부르는 콩 홍두(紅荳)다. 콩과에 딸린 늘 푸른 덩굴나무로 높이 2.5m쯤 자라며 붉은색, 자주색, 흰색 꽃이 핀다. 상사의 의미로 쓰이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사랑과 정성을 담은 단심(丹心)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홍두 외에 청당(靑棠)이나 그 잎을 보내기도 했다. 청당은 자귀나무로, 별칭이 부부 금실을 상징하는 합환수(合歡樹) 합혼수(合婚樹)다. 그래서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 소가 잘 먹는다고 소쌀나무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고 한다.
청당은 남녀 간만이 아니라 벗끼리, 특히 멀리 있는 벗에게 사모의 뜻으로 보내는 선물이다. 중국 청(淸) 말의 대학자 옹방강(翁方綱·1733~1818)은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스승이기도 한데, 서재의 이름이 청당실(靑棠室)이었다. 추사와 동갑이었던 그의 아들 옹수곤(翁樹崑·1786~1815)은 아버지의 서재와 짝이 되게 자신의 서재에 홍두실(紅荳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천애지기였던 조선의 시인 자하(紫霞) 신위(申緯· 1769∼1845)에게 홍두 두 그루를 보내 우정을 표현했다. 추사에게 ‘홍두산장(紅荳山莊)’이라는 편액을 보내기도 했다. 추사는 중국에 가서 옹방강 완원(阮元· 1764~1849) 등에게 배우며 그들의 자제들과도 어울렸다.
자하의 제자였던(벗이라고 한 자료도 있는데 나이가 39세나 적다) 박영보(朴永輔·1808~1872)는 자하에게 자귀나무 잎 하나와 홍두 네 알을 보내면서 이렇게 썼다. “청당은 합환의 뜻을 취한 것이요, 홍두는 상사의 뜻을 부친 것입니다.”[靑棠取合歡 紅荳寄相思]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