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전성시대] 웰빙 트렌드 ‘집밥’이 뜬다

입력 2015-10-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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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한끼’ 찾는 1인 가구, 새로운 소비 주체로…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냉동식품도 불티

유통가에서 한식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웰빙 열풍이 대중적인 소비 코드로 자리 잡으면서 어머니가 만들어준 것처럼 건강한 한식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건강을 비롯해 미용, 다이어트 등 자신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현대인들의 웰빙 트렌드의 일환으로 한식이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에 고칼로리·고단백의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다양한 제철 식재료와 건강한 조리법으로 맛을 낸 한식 메뉴들로 구성된 한식 레스토랑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의 지출 비중이 전체 가구의 13.5%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필두로 ‘제대로 된 한끼 식사’와 ‘집밥’에 대한 니즈가 강해지면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한식 열풍으로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은 한식 뷔페 레스토랑이다. 기존의 백반집 개념의 한식 뷔페와 달리 각종 제철 식재료와 한식 메뉴로 구성된 한식 뷔페 레스토랑의 인기는 이미 패밀리 레스토랑을 넘어섰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 외에도 한식 열풍에 맞춰 프리미엄 푸드코트, 간편 가공식품 등 각각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한식 브랜드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반영되는 프랜차이즈에서도 이러한 가치를 반영한 곳이 각광 받는다. 한식 포장 브랜드 ‘국사랑’은 최근 부산 양정점, 아산 용화점, 서울 수유 4.19점 등 매장을 오픈하며, 전국 각지에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국사랑은 발효음식 및 한식 조리 명인인 김춘자 명인이 개발에 참여한 저염식 한식 레시피를 기반으로 메뉴를 만든다. 소고기는 국내산 한우만 사용하고, 음식 간을 맞추는 조미료는 화학조미료를 완전 배제한 천연재료와 자체 개발한 인삼 소스만 사용한다. 이 같은 기본 조건 아래 각 매장마다 국·찌개·일품요리 등을 만들고 포장해 판매한다. 국사랑은 저력을 인정 받아 올해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30여 가지 한식메뉴를 2015년 HIT 500제품으로 선정받기도 했다.

조현찬 국사랑 대표는 “한식은 기본적으로 발효와 숙성 과정을 포함한 슬로 푸드지만 지금의 소비자들이 이를 직접 구현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건강함에 대한 선호도와 편리한 소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식뷔페 열풍의 주역이었던 계절밥상, 자연별곡 등보다 앞서 한식뷔페를 시도했던 ‘풀잎채’는 한식 인기에 힘입어 백화점에 연속 진입했다. 35호점인 현대백화점 충청점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현대백화점 중동점 매장을 차례로 오픈했다. 풀잎채는 ‘어머니의 손맛을 담는 한식’을 콘셉트로 다채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건강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레토르트 및 냉동식품도 ‘건강한 한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햇반은 ‘엄마가 만들어준 집밥’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엄마의 마음을 담은 TV광고를 선보인데 이어, 지난달에는 CJ온마트를 통해 햇반 제품 정기 배송 신청자를 대상으로 햇반 전용 밥그릇 ‘햇공기’을 증정했다. 햇공기는 우리 전통 밥그릇 모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사기(砂器) 그릇이다. 이를 통해 당일 도정 쌀 사용, 쌀 품종 개발 작업 등 햇반의 원료인 쌀에 대한 품질 개선 작업을 이미지화해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건강함과 고급화에 초점을 맞춘 ‘비비고 남도떡갈비’, ‘비비고 언양식바싹불고기’, ‘비비고 한입떡갈비’, ‘비비고 도톰 동그랑땡’, ‘비비고 도톰 해물완자’ 등 5종을 포함한 ‘비비고 한식반찬’도 인기다. 비비고 한식반찬은 원재료를 갈아서 넣는 방식이 아니라 고기와 야채를 굵게 썰어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 풍성한 식감을 구현한 제품이다. 또한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은 5가지 무첨가 콘셉트를 강조한 것이 인기의 주 요인이라고 회사 측은 분석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냉동식품 마케팅 담당 허준열 팀장은 “최근 소비자들이 편리함과 품질, 맛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프리미엄 가정 간편식 소비를 늘리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관련 제품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건강 한식 열풍 덕분에 양식을 기반으로 한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지난 연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34개 매장을 수익성 저하로 철수했다. 변화한 국내 외식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예전 메뉴와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는 평가다.

패밀리 레스토랑 1세대인 베니건스를 운영해왔던 바른손은 최근 베니건스 매장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바른손은 매출 악화로 인해 2010년(32개)부터 2015년 9월(3개)까지 5년간 10배가량의 베니건스 매장을 폐점했다. 바른손은 베니건스 대신 ‘건강한 재료로 만든 프리미엄 도시락’을 표방하는 새 브랜드 ‘바른 한끼담다’를 본격 전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한식의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식 창업 컨설팅업체 이니야의 정보철 대표는 “건강함을 살려 제대로 만든 한식은 현대사회에서 결국 고급 음식으로 치환된다”면서 “웰빙 열풍에서 출발한 한식의 인기지만 그 속에는 지불한 비용에 대한 기대감이 숨어 있고, 진짜 승부는 이 같은 기대감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 드러낼 것인지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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