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 출신들의 20대 총선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투데이가 전국 246개 지역구 출마 예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방공무원을 포함해 이사관급 이상(청와대 근무자는 4급 행정관 이상) 전·현직 고위공무원만 19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청와대에 근무했던 출마자만 무려 17%(32명)에 달했다. 사실상 청와대가 출마의 발판이 되고 있는 셈이다.
고위공직자는 선거일인 4월 13일의 90일 전인 내년 1월 13일이 사퇴 시한이며, 선출직은 선거 120일 전에만 물러나면 된다.
또한 공기업을 포함한 기업인 간부가 37명, 언론인이 15명으로 집계됐다.
◇고위 관료 출신 누가 나오나 = 이번 총선 출마자 중에서도 고위관료를 지낸 인사들이 가장 많았다. 국회의원을 겸직 중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5인 외에도 전·현직 장·차관들이 다수 포함됐다.
현직 장관 중에선 충북 충주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경북 경주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눈에 띈다.
윤성규 장관은 환경부 공무원을 시작으로 기상청장과 한양대학교 환경공학연구소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다. 그는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지역에선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정종섭 장관은 제24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부 교수, 검찰개혁심의위원회 위원장을 거쳤다. 그는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총선 승리’ 건배사를 외쳤다가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야당으로부터는 사퇴 요구에 직면하기도 했다.
전직 장관 출신으로는 전북 전주 완산을에 도전하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재도전이 관심사다. 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초대 장관을 지내면서 ‘미국산 소고기 파동’에 대응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전북지사 새누리당 후보로 선거에 나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선 전북 전주 완산을에 출마했다가 아쉽게 석패했지만, 무려 35.8%를 득표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전 장관은 경남 창원 마산합포에,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남 창원 진해에 출사표를 던졌다.
청와대 출신 중에서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비서관이 서울 종로에, 홍상표 전 홍보수석이 충북 보은·옥천·영동에 나선다.
황인철 전 통치사료 비서관은 서울 광진을에, 천영식 전 홍보기획비서관은 부산 동갑에, 임종훈 전 민원비서관은 경기 수원정에, 안경모 전 관광진흥비서관은 강원 속초·고성·양양에, 김회구 전 정무비서관은 충북 제천·단양에, 김석붕 전 문화체육비서관은 충남 당진에 각각 출마한다.
이외에도 현 정부에서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최상화·전광삼 전 관장이 각각 경남 사천·남해·하동과 부산 북갑에 출마한다.
◇‘잠룡의 남자들’ 출마 = 지방정부 고위직 출마 예정자도 1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차기 대선주자급 시·도지사 측근들의 출마가 흥미롭다.
먼저 원희룡 제주지사의 최측근인 이기재 전 제주도청 서울본부장이 원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서울 양천갑에서 민심을 다지고 있다. 이 전 본부장은 원 지사의 지역구 조직을 모두 넘겨받으며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 중이다.
박정하 제주 정무부지사 역시 고향인 원주 출마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가까운 인사 중에선 박수영 경기부지사가 사표를 내고 분구가 예상되는 경기 수원 영통에서 채비 중이다.
홍준표 경남지사 주변에선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진래 정무특보가 경남 의령·함안·합천에, 재선 의원 출신의 최구식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경남 진주갑 출마가 확실시 된다. 윤한홍 행정부지사는 경남 창원마산회원구에 도전한다.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박원순 서울시장 주변에선 임종석 정무부시장과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이 지역구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희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등 기업인 행보도 관심 = 다수의 기업인도 선거를 위해 몸을 풀고 있다. 이현희 전 KB국민카드 부사장이 충북 청주 홍덕갑에 출마하고,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동생인 성일종 엔바이오컨스 대표는 형의 지역구였던 충남 서산·태안에 나선다.
국내 치킨 시장에서 기름을 쫙 뺀 ‘굽네 치킨’으로 중소기업 성공 신화를 일궈낸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에 이어 한때 최고 인기를 끌었던 치킨 페리카나 양희권 회장이 충남 홍성·예산에 뛰어들었다.
하준양 리더스손해사정 대표는 부산 중·동구에, 김세환 대전시티즌 대표이사 사장은 대전 중구에서 선거를 치를 계획이다.
이외에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인 곽성문 전 의원과 한국도로공사 사장인 김학송 전 의원도 각각 대구 중·남구와 경남 창원 진해에 출마한다.
한편, 언론인 출신으로는 길환영 전 KBS 사장(충남 천안을), 박영문 KBS미디어 사장(경북 상주), 송현승 전 연합뉴스 사장(충북 제천·단양), 박영석 전 대구MBC사장(대구 달서갑) 등이 국회 입성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