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에 있는 한 휴대폰 판매점은 추석연휴 내내 파리만 날렸다.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영업을 했지만,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지난해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1일 차별없는 단말기 지원금을 목표로 제정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일선 판매점들은 매출이 급격히 줄어 가게 문을 닫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이동통신사 직영 대리점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통망을 확대하면서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승한(가명) 씨는 “단통법 시행 후 보조금 상한선이 정해지는 바람에 고객들이 휴대폰 교체를 꺼리고 있다”며 “판매점들이 적자를 내고 있는 반면, 자금 운용력이 있는 직영 대리점들은 판촉전을 유지하면서 고객들을 추가로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단통법 실시로 공짜폰 등 소위 대란은 없었지만, 일부 통신사에서는 여전히 리베이트를 명목으로 판매 지원금을 주는 등 불법 보조금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의 가게 바로 옆에 위치한 SK텔레콤과 KT 직영 대리점은 상반된 분위기였다. 직영 대리점들은 판매점과 달리 문을 완전히 개방하고, 공짜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개인 판매점은 전체 11%인 35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이에 반해 이동통신사가 자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직영 대리점은 600곳 가까이 늘었다.
단통법 시행으로 이통사도 혜택을 보고 있다. 단통법에 따른 지원금 상한제(최대 33만원)가 도입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줄자, 영업이익이 늘어났다. 업계에선 이통 3사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보다 8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지만 대체로 단통법 시행 직후 불편을 호소하는 의견이 많다. 이날 판매점을 찾은 박진영(29, 회사원)씨는 “단통법 때문에 휴대폰의 할인 폭이 줄어 소비자들은 오히려 손해인 것 같다”며 “최근에는 특정 이통사가 여전히 불법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일부터 SK텔레콤은 7일간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지난 1월 2000여명에게 평균 22만8000원을 페이백으로 지급한 데 따른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