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텐진항 폭발사고로 대중 수출이 크게 줄고 유가하락으로 제품의 수출단가가 떨어지면서 지난달 수출액이 6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 들어 수출은 8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이달까지도 수출이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무역 1조달러 달성’에도 경고음이 커졌고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도 막막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수출액이 393억2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월간 수출액 감소율로는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다.
올해 들어 수출액은 1월 0.9%, 2월 3.3%, 3월 4.5%, 4월 8.0% 줄어들었고 5월 들어서는 두자릿수인 11.0%로 뚝 떨어졌다. 6월에는 감소폭이 2.4%로 줄었으나 7월 다시 3.4%로 커진 데 이어 8월 들어 대폭 확대된 것이다.
다만 8월 수출 물량은 3.8% 늘었다. 산업부는 유가하락, 공급과잉 등으로 수출단가는 18.0% 감소했지만 수출 물량은 지난 7월 7.9%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보면 소폭 증가하던 유가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며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감소폭이 각각 40.3%(19억달러 감소)와 25.7%(11억 달러 감소)로 확대됐다. 특히 선박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11억달러 규모의 인도 연기가 발생하면서 감소폭이 51.5%에 달했다. 자동차(9.1%)는 신흥시장 수출이 크게 줄었으며, 일반기계(15.5%)도 알제리 안전규제 강화, 예멘 내전 등으로 수출에 차질이 빚어졌다. 또 가전(8.7%), 평판DP(6.8%), 자동차부품(15.9%), 섬유류(21.4%), 철강제품(17.4%) 등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주력 품목인 무선통신기기는 갤럭시노트5 등이 출시되면서 19.0% 늘었고 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의 호조가 이어지면서 4.7% 증가했다. OLED(81.0%)와 화장품(26.0%)의 호조세도 지속됐다.
지역별로는 중국(-8.8%)과 일본(-24.4%) 수출 감소폭이 확대됐다. 특히 대중 수출의 경우 톈진항 폭발과 중국의 수입수요 감소세 등의 영향이 컸다. 베트남 수출은 해외생산 비중 증가로 32.4% 증가세가 계속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8월 수출은 유가하락, 선박 인도지연, 중국 톈진항 폭발 등으로 올해 들어 감소율이 가장 컸다”며 “당분간 유가 하락세에 따라 유가 영향 품목과 선박 부문에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6월 60.8달러, 7월 55.6달러, 8월 47.8 달러로 하락세가 심화됐으며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감소폭도 7월 20억달러에서 8월 30억달러로 확대됐다. 선박도 유가하락으로 유전개발용 해양플랜트 인도가 지연돼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18억5000만달러나 줄었다.
더욱이 텐진항 폭발로 일시적인 항만통관이 중단되면서 우회항구 확보 과정중 일부 품목(석유화학 1억달러 감소 등) 대중 수출이 지연됐다.
산업부는 9월에는 당분간 유가 하락세에 따른 유가영향 품목과 선박 부문에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한편, OLEDㆍ화장품 등 신규품목과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은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4분기부터는 선박 인도물량 증가, 자동차 신차출시 등에 힘입어 수출증감률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8월 수입액은 349억78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8.3% 감소했다. 수입액 감소폭도 전달 -15.3%보다 더 커졌다. 원자재(31.3%)는 단가하락으로 감소세가 이어졌고 자본재(9.6%)와 소비재(4.5%) 수입은 증가했다.
수출·수입액은 지난 1월부터 8개월 연속 동반 감소했다. 수입액은 작년 10월부터 11개월째 감소세다.
수입액 감소폭이 수출액 감소폭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43억4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8월 77억6000만 달러에 비해 44%가량 줄어든 수치다. 다만 무역수지는 2012년 2월 이후 43개월째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한 수출이 하반기 들어서도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무역 1조달러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유가 상승이 불투명한 데다 중국 경기 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 등 산재한 부정적 요인들이 당분간 한국 수출의 발목을 잡을 기세다. 지난 4월과 7월에 차례로 발표된 ‘단기수출 활성화방안’과 ‘수출경쟁력 강화대책’도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수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대응도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