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소울 푸드 ‘라면’] 맵게 굵게 진하게… 변화무쌍한 50년 라면史

입력 2015-08-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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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혼분식 장려 정책에 급성장… 국물없는 라면·굵은 면발 ‘제2전성기’

우리나라 라면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초 남대문시장에서 소위 ‘꿀꿀이죽’이라 불리던 한 그릇에 5원짜리 양푼이 밥이 큰 인기를 끌 정도로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국내 첫 라면 ‘삼양라면’이 만들어졌다. 이후 정부가 추진한 혼분식 장려정책으로 라면은 점차 식탁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별식이나 간식의 대명사로 사랑을 받고 있는 라면은 2000년대 들어 한류를 주도하는 한류식품(K-Food)으로 성장,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첫 라면, 삼양라면… 삼양 vs 농심 = 국내 라면 시장의 역사는 삼양식품과 농심이 주도하고 있다. 생산시설이나 노하우가 없었던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은 일본의 묘조식품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1963년 9월 우리나라 최초의 ‘삼양라면’을 선보였다. 농심은 전신인 롯데공업주식회사가 1965년 ‘롯데라면’을 출시하면서 라면시장에 진출, 삼양과 본격적으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1960년대 정부의 혼분식 장려 정책으로 라면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게 된다. 삼양라면과 롯데라면을 비롯, ‘풍년라면’(풍년식품), ‘닭표라면’(신한제분), ‘해표라면’(동방유량), ‘아리랑라면’(풍국제면), ‘해피라면’, ‘스타라면’ 등 8개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실상은 삼양식품이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었고, 나머지 업체가 고만고만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런 구도가 한동안 지속되다가 1969년 삼양과 농심만이 살아남아 두 기업이 경쟁을 벌이는 구도로 정착된다.

1980년대 라면 시장은 ‘황금기’를 맞게 된다. 농심이 라면의 질적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1982년 경기도 안성에 스프 전문생산 시설인 ‘안성공장’을 설립하고, ‘너구리’, ‘육개장사발면’,‘안성탕면’,‘짜파게티’, ‘신라면’ 등 히트작을 연이어 발표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농심 외에도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가 ‘팔도비빔면’과 ‘도시락’, 오뚜기가 ‘진라면’ 등을 출시하는 등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베스트셀러들이 여럿 출시됐다. 1985년 3월 농심은 인기 절정의 ‘너구리’, ‘육개장사발면’, ‘안성탕면’, ‘짜파게티’를 앞세워 라면시장에서 1위의 자리에 올라섰다.

◇1990년 한류 열풍과 모디슈머 전성기 = 1990년에는 다양한 라면이 쏟아졌다. 라면업계는 ‘왕뚜껑’, ‘튀김우동’, ‘오징어짬뽕’, ‘생생우동’, ‘수타면’, ‘신라면큰사발’ 등 다양하 맛을 가진 제품과 용기면을 출시하며 시장을 공략했다. 또한 냉장면, 냉동면, 생면 등 비유탕면 신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1998년에는 라면 매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또 이 시기에 본격적인 라면 수출이 시작됐다. 농심은 1990년대에 중국 상하이와 칭다오에,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 선양과 미국 LA에 식품제조 시설을 설립, 해당 국가는 물론 인근 지역에 대한 수출을 더욱 확대했다.

삼양식품과 팔도도 해외 진출에 나섰다. 특히 팔도가 1986년에 출시한 ‘도시락’은 부산항을 드나들던 보따리 상인들을 통해 러시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1997년 팔도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사업소를 개설한 이후 러시아 매출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라면의 한류시대가 열렸고, 모디슈머 열풍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농심은 싸이를 모델로 내새워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신라면 블랙’을 한류 제품으로 각인시켰다. 농심은 식품업계 최초로 세계적인 유통회사인 미국 월마트와 직거래 계약을 성사시키며, 미국 전역 3600여 곳의 월마트 매장에 라면을 직접 공급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모디슈머 열풍으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인기를 끌었다. 젊은 신세대들이 새로운 맛을 찾아 라면과 라면, 혹은 라면과 기타 식품 간의 새로운 조합을 시도, 자기 입맛에 맞는 레시피로 승화시킨 모디슈머 열풍은 창조경제의 사례로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짜파구리’에서 시작된 모디슈머의 열풍은 업계에 국물없는 라면 경쟁으로 번졌다. 삼양 ‘불닭볶음면’, 농심 ‘하모니’ 등 비빔 타입의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굵은 면발이 대세다. 농심의 굵은 면발의 짜장라면 ‘짜왕’은 출시 한 달 만에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라면시장 대박제품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국내 라면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짜왕’은 비록 두 달 남짓한 판매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라면시장 전체를 대표할 만큼의 인기와 브랜드 파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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