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난
하얀 여름을 생각합니다
따가운 햇살 아래
대숲 향기 머금은
단아한 여인
여름을 잊으려고 애쓰던 나는
바람을 가진 당신을
한눈에 알아 봤습니다
우리 만남은
운명이었습니다
이웃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대낮에 보쌈하듯
당신을 집으로 들였습니다
잘록한 허리 없이도
날씬한 몸매 뽐내며
한손으로도 안을 수 있는
산소 가득한 여인
내가 필요로 할 땐
언제든 옆에 있어 주었고
찬바람 불어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하세월 뒷전에서 기다리다
애간장 다 녹아버린
속없는 여인
풋풋했던 매무새도
무심한 세월이 묻어 주름이 잡혔지만
당신을 보내준 장인의 손길은
반지르르 빛을 더해 갑니다
삼복더위 당신을 보다듬고
무릉도원을 거닐다
화들짝 꿈에서 깨어나니
방안 가득한
정부인의
달갑지 않은 눈초리
어느 날
낮잠 든 정부인의 다리에 눌린
죽도령
이렇게 동상이몽하면서
여름날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