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흘렸다. 어린 유아 환자를 안고 노래를 듣던 30대의 엄마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가슴이 먹먹한 듯 한참을 얼굴을 숙인다.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이선희의 혼신을 다하는 ‘인연’ 열창에 환자와 가족들도 그리고 이들을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들도 한동안 멍해진다.
이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된 현장은 바로 21일 오후 12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본관 3층 로비였다. 바로 ‘이선희 이승기가 함께 하는 세브란스 가족 음악회’라는 작은 안내판이 이날 무대의 성격을 적시해준다.
소박한 간이무대였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 어떤 대형콘서트장 보다 무대에 선 가수를 향한 반응과 환호는 뜨거웠다. 병원 로비라는 한계 때문에 무대 주변 로비에 수백명의 환자와 가족, 의사들만이 자리했다. 이뿐이 아니다. 3,4,5,6층 계단과 창가에는 2000여명의 관객들이 서서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무대를 향해 강렬한 시선을 보냈다.
로비에 일시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0대 소녀 환자는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이승기의 ‘되돌리다’라는 노래를 부르자, 환자도 의사도 하나 돼 박수를 보낸다. 관객들은 연예인 이승기 모습이 신기한 듯 “키가 생각보다 크네”라며 “참 착하게 생겼다”라는 말을 한다.
“많이 힘냈으면 합니다. 제 말이 힘이 될 줄은 모르겠지만 여기에 계신 모든 환자분들이 하루빨리 회복되셨으면 합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은 이승기의 말에 연신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리고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결혼해줄래’를 부르자 하늘이 떠나갈듯 소리를 지르는 소녀 팬부터 아줌마 관객에 이르기까지 뜨거운 반응이다.
거듭 환자들의 쾌유를 바라는 말을 한 뒤 이승기의 영원한 스승, 이선희가 모습을 드러내자 대형 콘서트장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발산됐다. ‘나 항상 그대를’를 부르는 이선희의 파워풀한 가창력에 전율을 느낀다. 이날 환자들에게 선물을 마련해 뜻 깊은 행사에 함께 한 이승기, 이선희 팬들은 휴대폰에 ‘꽃보다 선희’ ‘사랑해요 써니언니’라는 문구를 써 노래를 통한 의미 있는 사랑 나눔에 나선 이선희에게 힘을 보탠다.
“누구나 아플 수 있는데 병원을 오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잘 견디시고 회복하셔서 이 자리에 대한 기억이 훗날 추억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세요”라는 이선희 격려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꼭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환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중에 그대를 만나’에 이어 희트 곡중의 하나인 ‘인연’을 부르자 노랫말에 숙연해지고 직접 목격한 이선희의 엄청난 가창력에 감동을 받아 환자와 가족의 눈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회복을 바라는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선희가 자신의 데뷔곡 ‘J에게’를 부르면서 참 아름다운 자그마한 콘서트는 1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무대가 끝이 나고 이선희와 이승기가 떠났지만 관객들의 일부는 감동의 여운을 더 느끼려는 듯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승기 이선희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 권진영 대표가 병원에 입원해 병문안 오면서 환자들을 보고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마련한 ‘이선희 이승기와 함께 하는 세브란스 가족 음악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연이자 무한 감동을 선사한 콘서트였다.
“너무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 감동 절대 잊지 않고 열심히 치료받아 건강한 몸으로 병원을 나서겠습니다”라는 10대 여자 환자의 말은 이날 이승기와 이선희가 연출한 아름다운 공연의 가장 소중한 결실인지 모른다. 환자분들의 회복을 기원하며 세브란스 병원의 작은 무대를 떠나는 기자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