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영국 총선에서 압승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리틀 잉글랜드(Little England)’의 창시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내놨다.
9일(현지시간) WP는 캐머런 총리가 민족감정을 이용해 총선을 대승으로 이끌었으나 이 탓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스코틀랜드 분리를 막는 문제가 한층 더 복잡해졌다고 전했다. 이는 유럽에서 영국이 떨어져 고립되고 스코틀랜드마저 분리돼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이 아닌 ‘리틀 잉글랜드’의 창시자가 되는 것을 캐머런 총리가 피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진행된 영국 총선에서 잉글랜드는 중도우파 보수당에, 스코틀랜드는 좌파인 스코틀랜드독립당(SNP)에 몰표를 안겨주며 두 지역 사이의 정치적 골이 더 깊어졌다. 특히 스코틀랜드에서는 총 59석 가운데 56석을 SNP가 차지한 가운데 보수당에 표를 준 유권자는 15%에 그쳤다.
앞서 캐머런 총리는 선거운동 기간 노동당이 승리하면 SNP에 휘둘릴 것이라며 잉글랜드 민족감정에 호소했다. 이런 캐머런의 호소가 총선 승리에는 도움이 됐으나 잉글랜드인들의 감정을 자극해 영국을 지키려는 캐머런의 시도는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 WP의 해석이다.
마이클 케니 런던 퀸메리대 정치학 교수는 “잉글랜드인들의 반(反)스코틀랜드 감정을 누구라도 이런 식으로 이용하면 그동안 잠재울 수 있었던 민족전 분열이 강조하는 위험을 지게 된다”며 “캐머런 총리는 이런 ‘불장난’을 했다”고 지적했다.
오는 2017년 말까지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것 역시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와 얽혀 있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친(親) EU 적인 여론을 바탕으로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EU에서 탈퇴하면 이는 곧 SNP가 독립 국민투표를 추진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U 탈퇴 여부는 EU에 회의적인 잉글랜드인들과 친EU 스코틀랜드인들의 갈등을 깊게 하고 보수당 정권의 일부 각료들도 탈퇴를 추진하는 등 정권 내부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WP는 “정치적 카리스마와 교활함으로 캐머런이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리틀 잉글랜드’창시자로 남지 않으려면 선거전에서 보여준 기량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