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자가 투자손실 위험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일반 투자자가 아닌 투자전문업체에 대해서도 부담해야 할까.
전문투자업체들이 판매업체를 상대로 "투자손실위험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지라" 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각기 다른 결론을 내렸다.
■ 펀드 판매자, 원칙적으로는 전문투자자에게도 투자손실 위험 설명할 의무 있어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건설근로자공제회와 중소기업은행이 금융상품 판매자인 대신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판결로 대신자산운용은 건설근로자공제회에 13억 8600여만원을, 중소기업은행에는 5억4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재판부는 "자산운용회사의 투자권유단계에서의 투자자 보호의무는 투자자가 일반투자자가 아닌 전문투자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되지 않는다"며 "단지 투자자 보호의무의 범위와 정도를 정함에 있어 투자신탁재산의 특성 및 위험도 수준, 투자자의 투자 경험이나 전문성 등이 고려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판매회사는 투자자에게 수익증권 취득을 권유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중요한 사항에 관해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표시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신자산운용은 2007년 9월 건설근로자공제회와 중소기업은행에 미국 콘도호텔 건립 개발사업 관련 펀드 투자를 권유했다. 당시 건설공제회는 50억원, 중소기업은행은 30억원을 투자했지만 개발사업 무산으로 손실을 입게 되자 소송을 냈다. 이들은 대신자산운용이 사실상 원리금이 보장되는 것처럼 설명해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 전문투자업체가 예측가능한 손해라면 판매자가 설명의무 부담하지 않아
그러나 펀드 판매자가 설명의무로 인해 항상 손해 배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지난달 KDB생명보험이 현대증권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는 금융상품 판매자인 현대증권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대법원은 "KDB생명보험이 현대증권을 통해 투자하기 전 비슷한 다른 상품에 투자해 이익을 본 경험이 있고, 펀드 구조 상 경영상황 악화로 부족한 자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며 "전문투자자인 KDB가 충분히 알고 있었을 사항까지 현대증권이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