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방문한 나라는 우리에게 홍차의 나라, 실론섬으로 더 유명한 스리랑카였다. 2004년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하였고, 스리랑카에서만 약 3만명의 목숨이 희생되었다. 거의 대부분의 기간시설이 파괴되었던 이 나라에, 우리나라 코이카 대원들이 파견되어 구호와 개발협력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다.
현장에서는 아이들에게 컴퓨터와 태권도를 가르쳐주는 20대 청년부터 황무지에 기반시설을 지어주는 일을 당국과 조정하는 건설 관계자, 스리랑카에 맞는 부가가치 높은 농업을 연구하고 가르치시는 박사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전문지식을 베풀고 있는 대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분들에게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며 열악한 환경일수록 빛나는 헌신과 봉사를 발견할 수 있었고, 나의 모습에 대한 반성 속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은 여정이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한의사로 봉사하시는 분의 경험이었다. 쓰나미 이후 긴급 구호를 위해 스리랑카에 온 것을 인연으로 수년째 지역을 순회하며 한의학으로 의료봉사를 하고 계셨는데, 어느 산간마을에서 십 년 넘게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고생하는 환자를 만났다고 한다. 그동안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딸꾹질을 멈출 수 없었던 그 환자는 침 몇 대로 딸꾹질이 멈추자 울음을 멈추지 못할 정도로 기뻐했고, 그 마을에서는 신비의 명의가 오셨다며 마을 잔치를 성대하게 열어주었다고 한다. 십 년 넘게 딸꾹질이 멈추지 않았던 그 환자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쓰나미가 아니었다면 그 환자가 한의학을 접해 볼 수 있었을까?
그 이야기를 함께 들었던 수상자 중 한 명은 몇 년 전 코이카에 합격해 현재 스리랑카의 개발 협력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봉사와 가르침의 인연이 또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하며,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코이카 대원들을 조용히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