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분서주와 비슷한 말에는 남선북마도 있다. 문자 그대로 풀면 ‘남쪽은 배, 북쪽은 말’이라는 뜻으로, 고대 중국의 교통체계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중국의 화남(華南) 지방은 양자강(揚子江) 주강(珠江) 등 수량이 풍부한 하천이 많아 수운이 편리하다. 반면 화북(華北) 지방은 강수량이 적어 하천 수량이 부족한 데다 산과 사막이 많아 배로 다니는 것보다 말을 이용한 육로 교통이 편하다. 화남과 화북은 양자강(중국 발음으로는 양쯔장)을 경계로 한 구분이다. 하북(河北)과 하남의 구분은 황허[黃河]가 기준이다.
남선북마는 이렇게 교통수단에 관한 표현이었는데, 뜻이 바뀌어 ‘사방으로 늘 여행함, 바쁘게 돌아다님’이라는 말이 됐다. 만해 한용운의 시조 ‘무제’에도 이 말이 나온다. ‘이순신 사공 삼고 을지문덕 마부 삼아/파사검(破邪劍) 높이 들고 남선북마하여 볼까/아마도 님 찾는 길은 그뿐인가 하노라.’ 그러면 이순신은 배요, 을지문덕은 말이 되는데, 좀 외람되지만 만해는 두 분의 활동 무대가 남과 북으로 다른 점을 감안해서 이런 표현을 했을 것이다.
남선북마는 남행북주(南行北走)라는 말과도 통한다. 남쪽으로 가고 북쪽으로 달린다니 바쁘게 돌아다닌다는 말에 부합한다. 그러나 묘하게도 이 말은 ‘제대로 되는 일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닌다’는 뜻이 돼버렸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내 사전에 남선북마는 있지만 남행북주는 없다”고 쓰기도 했다. 설밑에 바쁘게 다니기는 하는데 제대로 되는 게 없다면 슬픈 일이다.
남과 북이 들어간 성어에는 남귤북지(南橘北枳)도 있다. 남쪽 땅의 귤나무를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나무로 변한다는 뜻이다. 사람도 환경에 따라 선하게도 되고, 악하게도 된다. 남남북녀(南男北女)는 남쪽 지방은 남자가 잘나고, 북쪽 지방은 여자가 곱다는 우리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