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인사이드] 오바마의 미국이 부러운 이유

입력 2015-02-1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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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뉴욕특파원

뉴저지 리지필드의 월마트 매장. 언제나 사람이 붐빈다. 월마트는 미국은 물론 세계 최대 유통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실망할 때도 있다.

부산한 분위기와 번잡한 매장에서 고객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 엄청난 매장 규모와 싼 가격에 놀라는 것도 잠시, 무질서한 고객과 무심한 점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단지 싼 가격만을 좇아 오기에는 포기해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긴 미국의 물가를 좌우한다는 월마트에서 손님 대접을 받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뉴욕 맨해튼을 마주하는 뉴저지 에지워터의 홀푸드마켓 매장. 유기농 전문으로 가격이 비싸 중산층이 주로 찾는다. 일반 할인점에 비해 2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가격이 차이가 나지만, 요즘 주말에는 몰리는 손님들로 쇼핑이 불편할 정도다.

확실히 제품이 다르다. 매장 분위기도 고급스럽고, 고객과 점원 모두 얼굴에 여유가 있다. 미국의 중산층이 홀푸드마켓을 애용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미국의 ‘나홀로’ 성장에도 민생 체감도는 높지 않다는 우려가 여전하지만, 홀푸드마켓을 보면 중산층이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는 평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이를 반영하듯 홀푸드마켓은 지난해부터 매출이 살아나고 있다. 올해 매출은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개선 기대에 주가도 좋다. 지난 3개월 동안 홀푸드마켓의 주가는 30% 이상 올랐다.

고용시장이 살아나고, 부동산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는 것도 미국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을 지지하고 있다.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 역시 미국 중산층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지만, 여기에는 정책 당국을 빼놓을 수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산층을 살리겠다고 호언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신년 국정연설에서 제시한 ‘중산층 살리기’ 정책이 모두 의회를 통과할지는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국민은 환호하고 있다.

“나는 더 이상 나설 선거가 없다”며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연설은 국민의 마음을 흔들었다. “1만5000달러의 수입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면, 한번 살아보라”는 발언에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이들도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위안을 얻는 미국을 보면서 한국의 상황이 오버랩된다. 한국은 어떤가. 경제는 불안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날로 커지고 있다. 담뱃값 인상부터 연말정산 파문 그리고 건강보험료 개편까지 어느 것 하나 국민을 만족시킨 것이 없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골프 활성화 발언도 민심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민심을 듣는 통로가 어디인지 궁금할 정도다.

오바마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임기는 모두 2년 남짓 남았다. 그러나 두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확연히 다르다.

그것이 정치적 전략이든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든 간에 중산층 살리기에 ‘올인’하며 국민과 소통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를 넘어섰다. 국정연설 당시 실시간 지지율은 무려 90%에 달했다. 지난해까지 40%대로 사상 최저 수준에서 허덕이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부활’이다. 이를 통해 중간선거 패배로 본격적인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씻었다.

반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0%가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대통령 당선을 이끌던 60대마저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유는 명명백백하다. 거듭되는 정책적 실수와 민심을 외면한 탓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보며 일부에서 나오는 “미국이 부럽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불통으로 표현되는 국정운영은 박근혜 정권의 고질병이다. 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민심을 돌리기는커녕 오히려 상황만 악화시켰다.

현 정부에서는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알고자 하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세월호 사태 이후 한국에서 리더십에 대한 갈망은 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위기일수록 리더는 빛이 난다. 반대로 빛을 주는 리더가 없다면 위기는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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