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경영권 분쟁] 피델리티, 녹십자 편에 설 가능성 높다

입력 2015-02-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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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10% 보유 키맨… 작년 녹십자와 지주사 전환 반대표

▲지난해 초 일동제약 2대 주주에 오른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반대하면서 불거진 경영권 분쟁이 1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10일 서울 양재동 일동제약 본사.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일동제약과 녹십자간 경영권 분쟁이 1년만에 재점화되면서, 일동제약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피델리티 펀드가 ‘캐스팅보트(casting vote)’로 떠올랐다. 피델리티가 일동제약과 녹십자에서 누구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녹십자 측은 피델리티 측과 손잡고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통해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무산시킨 바 있어, 피델리티가 이번에도 녹십자 편에 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녹십자가 지난 6일 일동제약에 이사진 선임 요구안(사외이사와 감사 교체선임)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1년만에 다시 불거진 경영권 분쟁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양사간 감정싸움이 격화하면서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 일동제약 측(지분율 32.52%)과 2대 주주인 녹십자 측(29.36%)간의 표대결은 불가피하다. 양사간 지분율 차이가 3.16%포인트에 그쳐, 이번 주총에서 피델리티의 발언권은 그만큼 강해졌다.

◇사외이사 선임은 ‘박빙’…감사 선임은 녹십자가 ‘유리’ = 일동제약 측과 녹십자 측의 지분 차이가 미미하기 때문에 3월 정기 주총에서 뜨거운 표대결이 예상된다. 먼저 일동제약 사외이사 선임건은 참석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대주주인 일동제약 측과 2대 주주인 녹십자 측 모두 일동제약 지분 25%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참석주주의 표의 향방에 따라 녹십자가 추천한 인물로 사외이사가 교체될지 말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피델리티 측과 기타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누구에게로 향하는지가 관건이다.

앞서 지난해 1월 임시 주총에서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무산시킬 당시 반대의견이 45.4%였던 것을 이번 사외이사 선임건에 대입해 생각해보면, 녹십자 측과 피델리티 측 등이 얻은 표는 과반수에 약간 미치지 못한다. 참석주주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지만 녹십자의 바람대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데, 피델리티 측이 녹십자 측의 손을 들어주지 않게 되면 녹십자 측은 이사 선임안에 대한 표 대결에서 승리할 수 없는 구조다. 소액주주가 어느 쪽에 우호적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피델리티 측의 표심은 녹십자뿐만 아니라 일동제약에게도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감사 선임건은 현재로서는 녹십자가 다소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감사 선임시 최대주주 및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3% 초과 의결권 제한’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감사 선임에 있어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쳐 1인으로 보고 3%만 의결권이 행사된다. 따라서 일동제약의 경우 최대주주인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의 개인회사인 씨엠제이씨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17인은 1인 주주로 간주돼 32.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3%의 의결권밖에 행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2대 주주인 녹십자 측은 27.49%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만 3% 초과 의결권 제한을 받는다. 이에 따라 녹십자홀딩스(0.88%)와 녹십자셀(0.99%)의 지분은 감사 선임에 있어서 그대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녹십자 측이 일동제약 측보다 1.87%P 만큼 앞서게 된다. 물론 캐스팅보트로서 피델리티 측의 표심이 누구에게로 향할 지도 감사 선임에 있어서 관건이다.

◇‘캐스팅보트’ 피델리티, 녹십자 편에 설 가능성 높아 = 사외이사나 감사 선임건 모두에 있어서도 최대주주인 일동제약 측과 2대 주주인 녹십자 측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일동제약 지분 10%를 보유해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린 피델리티 측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피델리티 측은 녹십자의 주주제안서 발송으로 불거진 경영권 분쟁에 있어 중립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피델리티 측이 일동제약 경영에 있어서 중차대한 이슈였던 지주사 전환을 위한 회사 분할건에서 녹십자의 손을 들어줬던 만큼 이번 이사진 선임건에서도 다시 한 번 녹십자와 뜻을 같이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녹십자가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위해 추가로 지분 경쟁에 나설 경우, 일동제약의 주가 상승을 견인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일동제약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경우 일동제약 주가는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하게 되는데, 이 경우 재무적 투자자(FI) 성격의 피델리티 측은 더 큰 수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녹십자 측 편에 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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