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乙未年) 새 아침이 밝은 가운데 IT업계의 양띠 동갑내기 최고경영자(CEO) 2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청(靑)양띠의 해로 두 사람은 매사에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성향을 의미하는 푸른색과도 느낌이 닮았다.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IT업계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벤처 1세대이자 1967년생들이다.
두 사람은 사실상 나이 외에도 닮은 구석이 상당히 많다. 대학 졸업 후 비슷한 시점에 회사를 만들었으며, 국내 IT업계를 주도하는 성공 신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 의장은 삼성SDS 재직 당시 사내 벤처를 하다 1999년 네이버를 창업하면서 독립 수순을 밟았다. 네이버는 한때 시가총액 4위까지 오르며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대표 역시 이 의장보다 약간 앞선 1997년 엔씨소프트를 설립했으며, 이듬해 온라인 ‘리니지’를 개발하면서 업계 1위 업체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 엔씨소프트는 모두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해당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며,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창업의 대표적 성공사례, 벤처를 꿈꾸는 이들의 로망이 됐다. 덕분에 맨땅에서 기업을 일으켜 자산을 축적한 자수성가한 두 수장은 올해 들어 ‘2014년 1조원 자산 보유 클럽’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대학 동문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이며, 이 의장은 이듬해인 1986년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했다. 이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의 인연으로도 이어진다. 최 장관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이 의장, 김 대표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공통점 외에 이 의장과 김 대표가 각각 설립한 네이버와 엔씨소프트가 최근 몇 년 전부터 성장동력을 잃으면서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라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네이버 이 의장은 국내 검색 시장에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먹거리를, 엔씨소프트 김 대표 역시 외산 게임에 밀려 있는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두 사람 모두 2015년을 재도약의 해로 삼고, 지난해 말부터 그동안의 ‘은둔형 CEO’에서 벗어나, 직접 직원들을 격려하고 현장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면서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한편 두 사람을 필두로 우리나라 IT벤처 1세대 5명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침체된 벤처업계의 제2 붐을 일으키기 위해 벤처 자선 기금을 조성했다. 5명은 김 대표, 이 의장을 포함한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김정주 NXC 대표,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로 이들은 벤처 자선 사업을 위해 지난해 5월 ‘C프로그램’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5명이 이사회 일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 회사는 재정 상태가 열악한 사회단체나 비영리기구 등을 지원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으로 이 같은 회사가 설립된 것은 최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