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 원양어선 ‘501오룡호’가 침몰한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 있던 다른 선박들은 사고해역을 벗어나 피항했으나 오룡호만 악천후에서 조업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러시아 극동 캄차카주 주도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트스키 항만청 조정구조센터는 “오룡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난 1일 사고해역인 러시아 서베링해에는 오룡호 말고도 한국어선 4척이 있었는데, 이들 어선은 당일 정오 무렵 사고해역을 벗어나 캄차카 동부 해안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3일 밝혔다.
이들 선박은 당일 서베링해에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가 이는 등 기상악화 때문에 안전한 곳으로 피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베링해에 함께 있던 501오룡호와 같은 선사(사조산업) 소속 트롤어선인 ‘96오양호’의 이양우 선장과 501오룡호 김계환 선장은 사고 당일 아침부터 오룡호가 침몰할 때까지 교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조산업 측은 96오양호의 피항시점은 특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최소한 501오룡호보다는 먼저 피항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선장은 “그물을 걷어 올리겠다”고 했고 이 선장은 “그물 걷고 (피항지로) 와라”고 말하고 나서 피항지로 항해했다. 이후 2시간 정도 흐른 뒤 김 선장이 “배에 물이 들어와 기울었다가 배수작업을 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는 게 사조산업 측이 밝힌 교신내용이다.
이러한 사실에 비춰볼 때 한국 국적 다른 회사 트롤어선은 물론 같은 회사 트롤어선은 기상악화를 이유로 서둘러 피항했는데 501오룡호만 더 조업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사고 전 전화통화에서 오룡호가 이미 할당량(쿼터)를 다 채웠는데 추가로 쿼터가 더 내려오는 바람에 악천후 속에 추가 조업을 강행하다가 사고가 났다. 추가 쿼터가 사고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조산업 측은 “같은 서베링해에 있다고 해도 선박 위치에 따라 기상상황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선박들의 피항시점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