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송금ㆍ지급결제 부문에서 카카오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뱅크월렛 카카오(이하 카톡뱅크)’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관련 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만약 카톡뱅크가 텐센트나 알리바바와 같이 전자지갑의 전용계좌를 통한 송금ㆍ결제뿐 아니라 수익형 금융상품까지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될 경우 사실상 금융회사로 봐도 무방해진다.
카카오는 LG CNS의 ‘엠페이’ 기술을 활용해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공인인증서 없이 원클릭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카카오 간편결제 서비스는 신용카드업을 포함한 기존 지급결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4월말 기준 카카오톡 누적 가입자 수는 1억4000만명에 달하고 국내 가입자 수도 3700만명을 넘어섰다.
3700만 사용자를 등에 업은 카카오가 금융서비스 시장을 재편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비금융회사가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카톡뱅크, 송금 수수료 절감·시간 대폭 단축=카카오는 국내 14개 은행과 제휴해 전자지갑에 충전된 현금으로 송금과 소액결제를 할 수 있는 전자금융 서비스를 오는 9월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국민, 우리, 농협, 외환, 기업, 제주, 광주, SC, 부산, 전북, 경남, 대구, 씨티, 수협 등 총 14개 은행이 참여한다.
하나은행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나 프로세스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는다.
휴대폰에 앱을 설치한 뒤 사용자의 은행계좌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하루 최대 50만원까지 충전이 가능하고 송금은 하루 최대 10만원까지 가능하다. 송금 건당 수수료는 100원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참여 은행과 수수료 분담 비율은 아직 미정이다.
전자지갑에 충전된 돈은 온ㆍ오프라인 제휴 가맹점에서 하루 최대 30만원까지 사용 가능하고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반 자동화기기(ATM)에서 출금이 가능하다.
관련 업계는 송금 한도, 금융거래의 제약, 보안 위협 등의 요인으로 인해 카톡뱅크가 실제 금융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카톡뱅크가 향후 텐센트나 알리바바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될 경우 국내 금융회사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최대 IT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는 국영은행과 동일한 업무 취급이 가능한 중국 최초 민영은행인 위뱅크(Webank) 설립 허가를 금융당국으로부터 획득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자사의 인터넷 쇼핑몰 회원을 대상으로 자사가 설립한 자산운용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상품(위어바오)을 출시했다.
카톡뱅크가 활성화될 경우 은행권은 수수료 수익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이에 대비해 신규 고객을 은행으로 유입, 금융상품을 판매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다양한 IT기업이 결제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은행들의 먹거리가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금융회사들의 금융업 진출이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어 아직까지 본격적 이해 득실을 따지지 않고 있지만 가뜩이나 비대면 거래 발달로 지점 수익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카카오 간편결제, PG시장 잠식 전망=카카오는 신한, KB국민, 하나SK 등 국내 9개 신용카드사와 제휴해 기존 신용카드를 사용, 간편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9월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이미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보안 가군 인증’을 받은 LG CNS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엠페이(MPay)를 적용해 보안성도 확보했다.
카카오 간편결제서비스는 결제과정을 대폭 단순화함으로써 기존 지급결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베이나 알리바바처럼 공인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결제 비밀번호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것이 최대 장점이다.
미국 이베이는 페이팔 서비스로 전 세계 1억4800만명의 고객과 세계 온라인 쇼핑 결제액의 18%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 지급결제서비스 업체로 성장했다. 중국 알리바바 역시 알리페이로 중국 전체 모바일 결제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카카오 간편결제서비스는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들의 시장점유율을 상당 부분 잠식할 전망이다.
실제 카카오 간편결제서비스 제공 소식이 알려진 이후 주요 PG업체인 KG이니시스, 다날, 한국사이버결제사의 주가가 모두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연구소 김종현 연구위원은 “신용카드를 사용한 간편결제서비스는 결제한도 등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PG업계뿐 아니라 신용카드업 등 금융업 부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은 비금융회사의 금융시장 진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 전문은행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도 국내 금융업의 성장성 정체를 타개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규제완화 검토를 발표한 바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나성호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IT기업들이 시장 규모가 큰 아시아 지역으로의 진입을 염두에 두고 결제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 한국 시장에 진입하게 될 경우 국내 금융회사들은 경쟁력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