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는 상반기 86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수상한 그녀’와 344만의 ‘끝까지 간다’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대박을 터뜨리지 못했다. 지난해 말 개봉한 ‘변호인’이 올 초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이 그마나 위로가 됐다. 지난해 2년 연속 1억 관객 돌파라는 호재 속에 야심차게 출발한 한국영화는 ‘겨울왕국’,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공세 앞에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상반기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객 점유율 60%를 넘어섰던 한국영화는 상반기 43.1%로 부진을 면치 못한 반면 외국영화(100% 할리우드 제작)는 56.9%를 기록했다.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5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1년 이후 3년 만이다. 관객 300만명 이상을 넘어선 영화는 ‘수상한 그녀’, ‘역린’, ‘끝까지 간다’가 전부였다.
7, 8월 가물어 있던 한국영화계에 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정우성, 이범수 주연의 ‘신의 한 수’였다. 7월 3일 개봉한 ‘신의 한 수’는 개봉일 1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를 넘어섰다. 이는 ‘끝까지 간다’의 1위 기록 후 무려 31일 만의 정상탈환이었다. 여기에 기다리던 한국영화 100억 블록버스터들이 속속 극장가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7월 23일 개봉한 하정우, 강동원 주연의 ‘군도: 민란의 시대’는 개봉 10일 만에 400만 고지를 넘어섰다. 제작비 160억원이 투입된 ‘군도: 민란의 시대’는 누적 매출액 347억원을 넘어섰고, 4일 현재 447만명을 기록하며 이변이 없는 한 공식 손익분기점 550만 관객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명량’의 흥행 질주다. 1597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이 영화는 역대 오프닝 스코어(68만), 역대 평일 스코어(86만), 역대 일일 스코어(122만), 최단 300만 돌파(4일) 등 한국영화 흥행사를 다시 쓰고 있다. 개봉 첫 주에만 475만명을 넘었다. ‘도둑들’, ‘괴물’ 등 역대 1000만 영화를 모두 앞선 기록이다.
한국영화의 여름 성수기 부활은 상반기 부정적으로 전망된 한국영화 3년 연속 1억 관객 달성에도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한국영화는 7월까지 누적 관객 수 5565만명을 기록 중이다. 1억2728만명을 동원한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의 5500만명에 비해 한 달 정도 늦은 기록이지만 ‘명량’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의 흥행 추이를 봤을 때 올해 1억관객 동원은 불가능한 기록이 아니다. 오는 6일 개봉하는 150억 대작 ‘해적: 바다로 간 사나이’와 13일 개봉하는 100억 대작 ‘해무’는 아직 흥행 레이스를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이며 ‘타짜: 신의 손’, ‘협녀: 칼의 기억’, ‘허삼관 매혈기’ 등 하반기 기대작의 면면도 화려하기 때문이다.
이후익 영화평론가는 “‘명량’의 흥행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이른바 ‘4대 100억 대작’이라 불리며 기대를 모은 한국영화의 시작이 좋다. 휴가철, 추석 연휴 등 성수기 바람을 맞아 한국영화의 흥행 속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3년 연속 1억 관객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상호 영화평론가는 “2008년과 2010년 전년 대비 총 관객 수 하락폭을 그렸던 영화산업은 2011년부터 관객 수, 매출액이 큰 폭으로 성장했고, 10년 만에 관객 수 기준 3배, 매출액 기준 5배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국영화 시장이 어느 정도 덩치를 갖춘 상황에서 일시적 부진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