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27년 CF모델 기록 누가 깰 수 있을까?[기업과 스타]
“그래, 이 맛이야” 이 광고카피를 들으면 금세 떠오른 스타가 있을 것이다. 바로 국민엄마 김혜자다. 단순히 광고 카피가 유명해져서 떠오른 것은 아니다.
지난 1995년 한국기네스협회에서 하나의 기록인정서를 수여하는 행사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김혜자였다. 바로 1975년부터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의 조미료 광고를 해온 김혜자가 20년 CF모델 기록을 세워 ‘최장 전속 광고모델’ 기록 인증서를 받은 것이다. 이 때문에 “그래, 이 맛이야”하면 김혜자이고, 김혜자 하면 제일제당 조미료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김혜자는 제일제당 조미료 광고모델로 2001년까지 27년간 활동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고 다른 연예인 모델로 교체됐다. 교체당시 소비자들은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고 이후 모델들은 항상 김혜자와 비교되는 수모(?)를 겪어야만했다.
김혜자와 제일제당과의 인연은 단순히 CF모델 이상이었다. 회사는 김혜자를 CF모델이 아닌 임원으로 대우했고 김혜자 역시 제품 광고모델로서 신의를 지키고 최선을 다했다.
김혜자는 “제가 광고모델로 나온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모델료를 원하는 대로 주겠다고 했어요. 저에게는 돈보다 중요한 게 있었어요. 제가 광고하는 제품이 맛이 변하지 않는 거였어요. 엄청난 출연료 제의는 당연히 거절 했지요”라고 말했다.
제일제당의 조미료 광고 모델이 끝난 이후에도 수차례 다른 조미료 제품 광고모델 제의가 있었지만 김혜자는 거절하며 소비자의 뇌리에 하나의 제품 광고 모델로 남는 것을 선택했다.
요즘 이런 스타는 없다. 제품이나 기업 광고가 끝나면 경쟁 관계에 있는 제품이나 기업의 CF 모델로 나서는 것을 수도 없이 본다. 이 때문에 최근들어 김혜자처럼 특정 기업과 연계해 떠올릴 수 있는 CF스타가 거의 없다.
CF모델로 나선 기업에 대한 신의만 지킨 것이 아니다. 김혜자는 식사할 때 광고모델로 나선 제품을 먹었냐는 질문에 “당연히 먹었다. 맛없으면 모델 안하려고 했다. 새로운 게 나올 때마다 음식에 넣어 먹었다. 내가 맛없는데 누구한테 먹으라고 하겠냐”고 답했다. 이 러한 김혜자 였기에 그녀의 진심은 소비자에게 오롯이 전달돼 광고 제품 판매가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던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광고모델을 그만둔 지가 1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조미료 광고 모델로서의 김혜자를 기억하는 것이다.
김혜자 만큼 진정성 있는 CF 스타가 있을까. 수많은 제품과 기업의 CF 모델로 나선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중 자기가 광고하는 제품을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경쟁업체의 제품을 보란 듯이 사용하는 스타들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모델로 나선 제품을 직접 먹어보고 소비자에게 당당하게 CF모델로 나선 김혜자는 제일제당의 입장에서도 최고의 모델을 넘어선 중요한 인적 자산이었다. 김혜자 역시 “한 제품의 CF모델로 30년 가까이 나설 수 있는 것은 저 역시 큰 영광이고 자부심입니다”라고 말한다.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CF모델들의 교체시기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과연 누가 김혜자의 제일제당 조미료 CF기록을 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