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62개 대기업집단 비상장사들의 이사회 안건을 확인한 결과 이들은 2009년부터 1073건의 유상증자 안건이 통과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2010년 각각 135건과 145건의 유상증자 안건이 통과됐고 2011년에는 209건으로 증가하더니 2012년에는 250건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208건의 유상증자가 결정됐으며 올해에는 7월 25일 현재 126건의 유상증자 안건이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유상증자를 통해 비상장사에게 흘러간 돈은 20조원이 넘는다. 2011년 2011년 4조4889억원에서 이듬해 10조7856억원으로 2배이상 증가했고 작년에는 10조 175억원이 유상증자에 투입됐다. 이는 지난해 말 코스닥 시가총액 118조5000억원의 8.4%에 이르는 금액이다.
대기업 비상장사들의 유상증자가 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 등에 따른 비상장 계열사들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데다 신사업 진출을 위한 신규 계열사에 대한 그룹의 운전자금 지원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화의 경우 한화지주의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은 지난 6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상환전환우선주 191만3800주를, 주당20만9000원(액면가 5000원)에 발행했다. 매출액은 15% 증가한 반면 해외사업장의 매출원가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75% 감소한 374억원을 기록했다. 한화건설의 마진율은 2012년 10.56%에서 지난해 8.95%로 내려앉았다.
이에 한화건설은 대규모 선제적인 자금 조달에 나섰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에 한화 계열사가 참여할 거란 당초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제3자 배정 방식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가 설립한 ‘레콘’이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이 참여했다.
동국제강그룹의 국제종합기계는 지난해 3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작년 7월에는 계열사가 참여하는 3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8월에는 금융회사들이 참여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3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제종합기계는 자산 1880억원, 부채 1390억원으로 자본잠식상태다. 2012년 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지난 6월 누적결손금 보전을 위한 감자를 실시했다.
대기업집단은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자금 대여 등 내부 자금 거래도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규모의 자금에 대한 대환성 차입거래 증가가 눈에 띄었다. 대환이란 기존 대출금을 새로운 대출로 갚는 형태의 거래로 비상장사들이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10억원 이하의 초단기성 운용자금을 짧은 기간에 수차례에 걸쳐 차입하고 또다시 돈을 빌려 갚는 형태의 자금 거래가 증가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부당내부지원 심사지침은 거래조건에 따라 지원되는 금액이 1억원 미만일 경우 부당내부거래로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권으로부터 3~4%의 이자율을 적용받은 우량 계열사가 부실 계열사에게 돈을 빌려 줄 때도 자신에게 적용되는 이자율로 돈을 꿔줄 수 있다. 이들 조항에 따라 금융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부실 비상장사가 자금을 계열사로부터 차입할 경우 적용할 수 있는 이자율을 빌려주는 우량 계열사 수준으로 맞출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금융권 대출이 힘든 부실 회사는 소규모 자금을 단기성 대환성 차입거래로 낮은 이자율을 적용할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이시어스도 지난해부터 22차례에 걸쳐 특수관계인을 통해 자금을 차입했다. 2011년 출범한 현대산업개발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인 아이시어스는 정몽규 회장이 13.33%를 보유하고 있고 부인 김나영씨와 차남, 삼남인 정원선, 정운선군(각각 6.67%)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아이서비스가 46.67% 보유하고 있다.
아이서비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 9억1000만원, 부채 12억6800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상태다. 지난해 매출은 0이며 14억원의 영업손실, 순손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