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년차다. 프로 데뷔 후 8년이라니. 지금 생각해보면 8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정말 열심히 달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모든 건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었다.
2007년 프로데뷔 첫해, 나를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박인비, 신지애, 이보미, 안선주, 최나연. 비슷한 또래 선수들과 비교하면 주니어 시절 내세울 만한 성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래 선수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에 입문했다. 하지만 나는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땐 1~2년이 컸다. 1년만 늦어도 싱글핸디와 보기플레이어 수준이었다. 프로데뷔 전까지는 그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세상은 공평했다. 또래 선수들보다 늦게 시작한 나에게도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물론 노력한 만큼이다. 주니어 시절 펄펄 날던 선수들이 프로무대에서도 잘 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프로무대 성적은 철저하게 노력과 비례했다. 구력도, 나이도, 환경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골프가 즐거웠고,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정직하게 운동한 만큼 기회가 주어지면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었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프로 2년차이던 2008년 첫 우승을 차지했고, 목표했던 3승을 채웠다. 하지만 지난해 지독한 슬럼프를 겪으면서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기회도 없다는 걸 알았다. 정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한편으론 막막했다. 더 이상의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약해진 적도 있다.
그러나 단 1%의 가능성이 있다면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내 노력 여하에 따라 1%의 가능성이 100%로 바뀔 수도 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과 많게는 10살이나 차이가 난다. 초심이라는 단어가 더 강조되는 시기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나를 넘어보고 싶다. 포기하지 않는 한 기회는 영원하다는 걸 입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