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투자시장에 주목받는 대재해채권(Catastrophe Bond) 이른바 ‘캣본드’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뜨거운 인기만큼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등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지난주 세계은행(WB)이 3000만 달러(약 303억원) 규모의 캣본드를 발행하면서 투자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WB가 발행한 캣본드는 향후 3년간 카리브해 지역 16개 국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허리케인 등의 재해 위험에 관한 것이다.
캣본드는 보험사가 인수한 대재해위험 보험을 채권발행을 통해 자본시장에 전가하는 것이다. 즉 재난이 발생해 보험업자의 손실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채권의 가치는 없어지지만 재해가 없으면 높은 이자를 받는 방식이다.
최근 ‘핫’한 캣본드에 대한 투자 신중론이 제기된 것은 WB가 캣본드를 발행하기 전날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뮌헨리(Munich Re)가 돌연 캣본드 발행 계획을 철회하기로 하면서부터다. 당초 뮌헨리는 WB보다 3배 더 큰 규모로 캣본드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슬그머니 손을 떼기로 했다. 회사 측은 “채권 가격과 발행 규모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채권 발행 계획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뮌헨리의 이번 행보에 대해 캣본드 발행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캣본드에 대해 점점 우려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고 있다.
윌리스캐피털마켓에 따르면 올 들어 57억 달러어치의 캣본드가 발행돼 전체 시장은 220억 달러에 이르렀다. 리스크가 큰 만큼 수익률이 높다는 점은 고수익에 목말라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재보험 중개업체 일리스리인터내셔널 제임스 빅커스 회장은 “(캣본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여전히 상당하다”면서 “그러나 사람들은 수익률에 대해 점점 더 예민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헤지펀드와 전문가들이 주로 투자했던 캣본드가 점점 기부펀드나 일부 자산가들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실제로 재보험사 스위스리가 집계하는 지수에 따르면 캣본드의 수익률은 2002년 이래 평균 8.4%를 기록해 미국 주식 수익률 6.3%를 웃돌았다.
이 같이 캣본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리스크를 경고하고 있다.
수요가 많아지면 채권가격이 오르면서 수익률은 떨어지게 마련이고 한번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