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자력 R&D(기술개발) 기술이 원자력 선진국가를 제치고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 원자력 기술수출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24일 현대건설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하 KAERI 컨소시엄)이 네덜란드가 국제 경쟁입찰로 발주한 ‘델프트 공대 연구로 출력증강 및 냉중성자 설비 구축사업(이하 OYSTER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에서 현재 운영 중인 연구로의 열출력 증강(2MW→3MW)을 위한 시설개조 및 냉중성자 연구설비 구축을 2017년 말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계약금액은 약 1900만유로(약 26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KAERI 컨소시엄은 앞으로 계약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면 7월 중 계약을 체결, 2017년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KAERI 컨소시엄에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번 국제입찰은 우리나라 KAERI 컨소시엄이 글로벌 원자력 기업인 AREVA(프랑스)와 NUKEM(독일)-NIEKET(러시아) 컨소시엄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성공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수출 대상국은 중국·동남아 등에 한정돼 있었지만 이번 사업수주는 프랑스 ILL, 독일 FRM-2 등 세계 최고 성능의 연구로가 존재하는 유럽지역에 기술 수출을 성공해 국내 원자력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확인한 셈이다.
더구나 유럽시장에서 글로벌 원자력기업을 제쳤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원자력기술의 우수성과 수출경쟁력을 국제무대에서 다시 한 번 인정받은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업 수주는 지난 3월 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당시 마르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 홍보와 함께 OYSTER 사업을 포함한 연구로 분야 기술협력에 대한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친 바 있다.
KAERI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최고의 강점은 국내 하나로연구로 자력설계·운영, 수출형 신형 연구로 건설추진 과정에서 축적한 풍부한 경험과 UAE 원전 및 요르단 연구로 건설 사업 수주 등으로 입증된 국내 산업계의 높은 기술력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1972년 우리나라 첫 번째 원전 ‘고리 1호기’를 필두로 지난 40여 년간 원자력산업 전 분야를 최초로 수행하며 원전 수출국 진입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국내최초의 가압경수로(고리1호기) 및 가압중수로(월성1호기) 건설이후 국내에서 운영 중인 23기 중 14기의 원전을 완공했고 국내외 9기의 건설 원전 중 8기를 시공 중이다.
또한 하나로 연구로 구축사업에도 참여한바 있어 기존에 쌓아왔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원자력 사업의 해외진출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원자력 기술을 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국내 원전 발전기 및 주전력계통 개선, 증기발생기교체 사업,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유리화설비 설계 등을 꾸준히 수행해오고 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이번 OYSTER 프로젝트 수주로 지난 ‘09년 수주에 성공한 요르단 연구 및 교육용 원자로 건설사업에 이어 유럽 원자력 기술 수출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면서 “네덜란드측의 예산확보 어려움으로 잠정 중단됐지만 향후 국제입찰 예정인 연구용 원자로 건설사업(PALLAS 사업) 입찰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246기의 연구로 중 60%는 40년 이상 경과됐고 향후 20년 내 신규 및 노후화된 연구로 대체수요는 30~50기로 추정되는 등 향후 연구로 시장은 유망한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우선협상자 선정을 계기로 2009년 UAE 원전수출에 이은 대형 상용원전의 추가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내년 하반기 발주 예정인 45MW급 네덜란드 연구로 대체사업(예상가격 4억∼5억 유로) 입찰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