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농가와 어가 인구의 고령화율은 전체 인구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유럽연합(EU)·호주 등 농수산 강국과의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대외개방 파고를 넘기 위해서라도 전문교육을 받은 젊은 인력을 진출시켜 생산성을 높이고 농촌의 활력을 되찾게 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농·어가 고령화율, 전체의 2~3배 =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기준 우리나라 농가는 114만2000가구, 농가인구는 284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농가는 0.8%(9000가구), 농가인구는 2.2%(6만4000명) 각각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어가는 6만 가구, 어가인구는 14만7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1200가구(1.9%), 5800명(3.8%) 감소했다. 이는 고령화에 따른 농업이나 조업포기, 전업 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농가인구 중 70세 이상이 26.5%를 차지했으며 60대(21.3%), 50대(20.0%)의 순이었다. 1년 전에 비해 50대 이하 농가인구는 줄어든 반면, 60대와 70대 이상 고령자는 각각 0.1%, 2.4% 증가한 것이다. 농가 경영주 역시 70세 이상이 43만 가구로 전체(114만2000명)의 37.7%나 됐다. 그 다음으로는 60대(33만8000가구, 29.6%), 50대(26만7000가구, 23.4%) 순이었다. 40대 이하의 농가경영주는 10만7000명으로 전체의 9.3%에 불과했다. 농가 경영주 평균연령은 2012년 64.4세에서 한 살 높아진 65.4세로, 유엔의 고령인구 기준인 65세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어촌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어가 인구는 50대가 26.4%로 가장 많았으며 60대(22.9%), 70세 이상(18.8%)이 그 뒤를 이었다. 어가 경영주는 60대(32.7%), 50대(31.9%), 70세 이상(23.8%) 순으로 나타나 평균 연령은 61.9세로 전년에 비해 0.8세 높아졌다.
이에 따라 농가인구 고령화율은 37.3%로 전년(35.6%)보다 1.7%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어가인구 고령화율도 29.9%로 1년 전에 비해 2.1%포인트나 올랐다. 각각 전체 고령화율(12.2%)의 3배, 2.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농가(어가)의 고령화율은 2010년 31.8%(23.1%), 2011년 33.7%(25.4%), 2012년 35.6%(27.8%)로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일반적으로 고령화율이 20%를 넘어서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된다.
이렇듯 고령층의 농어촌 집중 현상이 심해진 것은 1960년대부터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수출 중심의 산업화 촉진을 위한 정부의 ‘이농 정책’으로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대이동이 이뤄진 탓이 크다.
◇젊은 후계농업인 육성 더뎌… 농어촌 2030세대 소득안정 지원책 시급 = FTA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개방화 시대를 맞아 한국 농어업을 경쟁력을 갖춘 선진화된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고령화 위기에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선 젊은 후계농업인 육성을 위한 2030세대 농가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1980년대부터 후계농어업 경영인 육성 사업을 통해 농어업계 학교 실습확대, 산업현장과 교육 연계강화, 창업취업 활성화 지원 등을 추진해왔다. 박근혜 정부도 농정공약을 통해 인턴제도를 비롯해 창업농, 귀농귀촌인 등에 대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 실효성 있는 후계자 양성 정책을 약속했다.
특히 정부가 청년농업인 배출을 위해 1997년 설립한 한국농수산대학은 미래 대한민국 농림수산업을 이끌어갈 후계 농림수산업 최고경영자(CEO) 양성의 산실이 되고 있다. 일반대학과 달리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비 등 일체의 교육비용을 국가에서 책임진 결과, 현재까지 3350명의 농림수산업 CEO를 배출했다. 2012년 졸업생의 평균소득은 6115만원으로, 이들 중 18%는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돼 젊은 농어업인 정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2012년 현재 전체 115만 농가의 91%인 105만 농가에 영농승계자가 없을 정도로 농업생산의 지속성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최근 5년간 농업의 미래인 후계농업인은 사업기간(1981~2013년)의 연평균 4138명보다 훨씬 작은 연평균 1500여명만이 배출되고 있어 고령화되는 농업인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와 후계농업인에게 영농자금 저리 융자와 경영 컨설팅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소득안정 지원정책은 운영하고 있지 않은 까닭이 크다.
김윤성 농협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후계농업인 등 다음 세대의 농업인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EU의 ‘청년농업인 직불제’, 일본의 ‘신규 취농자 지원제도’와 같은 소득안정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귀농·귀촌이 기존 농촌인구보다 상대적으로 젊은층의 유입이 높아 젊은 농어업인 육성의 통로가 되고 있지만 영농비와 안정적인 소득원 마련, 농촌의 생활여건 개선, 지역 공동체 융화문제 등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조원희 상주시 귀농귀촌정보센터장은 “귀농·귀촌을 단순히 인구 늘리기 정책 차원의 인식과 정책으로는 질적인 발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교육비 지원 등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20~30대 젊은 귀농·귀촌인에 대한 차별화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