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에 휩싸인 가운데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채무 관계에 놓인 미국 헤지펀드들과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21일(현지시간) 주요외신이 보도했다. 헤지펀드와의 협상은 없다던 기존 입장과는 다른 행보로 이를 통해 아르헨티나 정부가 사태 해결에 돌파구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
보도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전날 로사리오 시에서 한 연설을 통해 “모든 채권자와의 채무상환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면서 미국헤지펀드와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국제 채권국 그룹인 파리클럽과 97억 달러의 채무 상환에 합의하고, 스페인 다국적 석유회사 렙솔의 자회사 YPF를 국유화하는 대가로 50억 달러를 보상하기로 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협상 의지를 확인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 1000억 달러 규모의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채무 조정에나서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채권단과 합의를 이뤘다. 채권단의 92%가량은 달러당 25∼29센트 수준으로 빚을 깎아주는 손실 상각(헤어컷)에 합의했으나 ACM과 NML 등 2개 미국 헤지펀드는 100% 채무상환을 요구하며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채권 회수를 원하는 헤지펀드에 아르헨티나 정부가 약 13억3000만 달러를 전액 상환해야 한다고 판결하며 아르헨티나의 채무조정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아르헨트나 정부는 미국 법원의 판결대로 헤지펀드에게 이를 상환하게 될 경우 추가로 150억 달러의 규모를 채무를 갚아야 한다며 이는 현재 외환보유고의 절반 이상에 해당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그동안 이들 헤지펀드가 위기 상태인 경제주체에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이른바 ‘벌처펀드’라고 주장하면서 채무를 갚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아르헨티나가 오는 30일까지 헤지펀드와 채무조정에 협조한 투자자 모두에게 채무를 상환하지 않으면 3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디폴트 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