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자국 헤지펀드를 상대로 아르헨티나가 제기했던 채무재조정 신청을 각하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가 ACM과 NML캐피털 등 헤지펀드업체들에 13억3000만 달러(약 1조3600억원)를 갚아야 한다는 지난해 8월 뉴욕 제2순회항소법원 판결이 유지됐다.
앞서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 약 1000억 달러 규모 디폴트를 선언했다. 그 가운데 약 93%에 대해서는 채권자들이 채무상각(헤어컷)에 동의했다. 또 아르헨티나와 국제채권단 그룹인 ‘파리클럽’은 지난달 남아있는 채무 총 97억 달러를 앞으로 5~7년 사이에 분할 상환한다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NML 등 일부 헤지펀드들은 이를 따르지 않고 채무를 갚으라고 독촉했다.
아르헨티나는 다른 채권자들에게 채무를 상환하기에 앞서 먼저 이들 헤지펀드들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 상환 만기일은 이달 30일이다.
재판 결과가 전해지자 아르헨티나증시 메르발지수는 전일 대비 10% 폭락했고 국가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국채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대 396bp(bp=0.01%) 치솟았다.
브렛 디멘트 애버딘자산운용 신흥시장 채권 부문 대표는 “이번 판결을 이행하면 채권을 상각했던 다른 채권자들이 반발해 아르헨티나가 더 어려운 지경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아르헨티나 사례가 다른 나라 부채 구조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르헨티나가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헤지펀드뿐 아니라 다른 채권자들 몫까지 전부 디폴트가 날 수 있다. 그러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내년 말 임기가 끝날 때까지 디폴트에 따른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도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