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가 영업재개에 나선 20일과 21일 알뜰폰을 제외한 번호이동 건수는 각각 5만7154건, 6만9760건을 기록했다. 이틀 동안 무려 12만6914건을 기록하며 타사 가입자 뺏어오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 과열 기준으로 삼고 있는 일 평균 2만4000건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오히려 지난 1~2월 소위 ‘보조금 대란’(일 평균 8만~9만건)이라 불리던 때와 거의 근접한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가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하는 저가폰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는 만큼 번호이동 건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시장 혼란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영업재개 이틀간 번호이동 시장에서 가입자를 가장 많이 확보한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20일과 21일 각각 2만9489건, 3만6454건의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했다. 타사로 빠져 나간 가입자를 고려하면 각각 1만944건 1만3857건의 순증 가입자를 유치했다. 이틀 동안 2만4801명의 가입자가 늘어난 셈이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영업재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업재개 후 이틀동안 KT는 1만7532명, LG유플러스는 7269명의 가입자가 빠져나갔다. 우연하게도 KT와 LG유플러스에서 이틀동안 빠져나간 가입자가 2만4801명으로, SK텔레콤 순증가입자 수와 동일하다. 단순하게 보면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 2만4000여명이 고스란히 SK텔레콤으로 옮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 가입자를 가장 많이 잃은 SK텔레콤이 영업재개에 맞춰 이를 회복하기 위해 저가폰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파격적인 할인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며 “SK텔레콤의 가입자 증가는 위태로운 시장 점유율 50%를 확고히 하기 위해 강도높은 공세를 퍼부었기 때문”이라고 귀뜸했다.
SK텔레콤은 영업정지 기간 총 29만3246명의 가입자가 이탈했다. 그에 반해 KT와 LG유플러스는 4882명, 2418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영업정지 당시에는 이통 3사에서 빠져나간 고객들이 대부분 알뜰폰으로 옮겼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SK텔레콤은 영업재개 첫날인 20일 업계 최대인 11종의 단말기에 대해 출고가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일 6종과 22일 추가로 5종의 단말기 가격을 내리는 등 저가폰 라인업 확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파격적인 요금제 출시도 병행 중이다. 영업재개와 동시에 결합형 요금할인 프로그램인 ‘착한 가족할인’을 내놓은 것이다. 이 요금제는 신규 가입이나 기기변경 또는 약정만료 후 재약정 고객이 SK텔레콤 휴대폰을 사용 중인 가족과 회선을 결합하면 요금제와 결합회선 수에 따라 매월 인당 최대 1만원을 할인해준다. 출시 이틀 만에 5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한편, 정부는 번호이동건수가 급증하자 시장 감시 활동을 지속·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15일, 미래창조과학부는 20일에 이통3사 영업담당 임원들을 불러 영업재개 후 시장 안정화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