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새 효자상품 ‘명품 시계’를 잡아라

입력 2014-05-1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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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객단가 1000만원 웃돌아 브랜드 유치·매장 확대

10억원대 ‘명품’ 시계가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다. 웬만한 집 한 채 값을 뛰어넘는 시계를 선뜻 구입하는 위버 럭셔리(uber-luxury)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백화점들은 “초고가 시계를 구입하는 고객은 구매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입을 닫고 있다. 그렇지만 1억원 이상의 초고가 시계는 브랜드별로 연간 5대 이상씩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판매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커지는 명품시계 시장… 깜짝 놀랄 ‘그루밍족’ 씀씀이 = 현대백화점 명품시계 매출은 2012년 26.3%, 지난해 31.5% 각각 성장했다. 올해 4월까지 매출도 전년 대비 28.6% 늘었다. 갤러리아백화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역시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명품시계를 구입하는 남성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해외패션팀 최승수 바이어는 “시계는 차와 더불어 남성이 유일하게 일상생활에서 사회적 지위를 뽐낼 수 있는 품목”이라며 “과거 예물 수요로만 인기를 끌었던 고가의 프리미엄 시계가 최근 4~5년 전부터 20~30대 젊은 남성층들의 멋내기 아이템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프레스티지뷰틱팀 이재준 바이어 역시 “최근 비즈니스 캐주얼 보편화에 힘입어 직장 남성들은 다양한 착장에도 어울릴 수 있는 깔끔한 디자인의 클래식 시계를 선호하고 있다”며 “특히 클래식 시계는 정장, 캐주얼, 스포츠 룩에 크게 어려움 없이 어울리기 때문에 가치소비로 구매하기 위한 첫 구매 명품시계로는 새로움보다는 보수적인 구매패턴이 강하다”고 말했다.

명품시계 인기에 대해 “한국 명품시장이 성숙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있다. 명품업체 관계자는 “명품 시장은 뷰티에서 잡화, 의류를 거쳐 시계?주얼리 순으로 성장한다”며 “남과 구별짓기를 원하면서도 너무 겉으로 로고를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는 명품 소비자들이 최근 고가 시계를 많이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계의 객단가는 점차 올라가는 추세다. 백화점들은 명품시계 고객 객단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올해 기준 1인당 100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명품시계로 분류하는 기준은 1000만원대로, 최근에는 1억원을 넘는 제품은 물론 10억원대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통계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3000만원대 이상 시계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업계 경쟁 치열 ‘바잉 파워 잣대’ = 이같은 명품시계 열풍에 주요 백화점들은 속속 매장을 확대하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갤러리아백화점은 명품관 이스트 1층에 있던 화장품 브랜드를 웨스트로 옮기고, 대신 ‘워치존’을 꾸몄다. 83㎡ 규모 공간에는 벨&로스, 파네라이, 보메&메르시에, 제니스 등 신규 브랜드와 기존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등이 자리잡았다. 다음달 바쉐론콘스탄틴이 매장을 열면 갤러리아명품관은 기존 파덱필립, 오데마피게, 브레게와 함께 4대 명품시계 라인업을 모두 구축하게 된다.

롯데백화점은 애비뉴엘 2층 전체를 명품시계 특화층으로 꾸몄다. 지난해에만 바쉐론콘스탄틴, 브레게, 블랑팡, IWC 등이 부티크를 새로 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1년 본점에 바쉐론콘스탄틴, IWC, 예거르쿨트르, 리스나르덴, 자케드로를 새로 들여왔다. 2012년에는 강남점에 IWC, 바쉐론콘스탄틴, 예거르쿨트르, 랑에 운트 죄네 등을 추가했고 올해 초에는 센텀시티점에도 해리윈스턴, 위블로, 제니스 매장을 새 단장해 오픈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에 로저드뷔, 파네라이 부티크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리뉴얼한 무역센터점에도 해리윈스턴, 오데마피게 등 16개 명품브랜드를 모아 강남 최대 규모 시계 매장을 꾸몄다.

행사도 이어진다. 현대백화점은 18일 압구정본점 행사를 마치고 25일까지 무역센터점에서 보름간 ‘럭셔리 워치 페어’를 진행하고 있다. 22개 브랜드가 참여해 500억원 규모, 600여개 상품을 전시하는 업계 최대 규모다. 특히 15개 시계 브랜드 97점은 국내 최초로 일반 고객들에게 공개됐고 로저드뷔, 파네라이, 크로노스위스 등 브랜드는 처음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갤러리아명품관에서는 27일까지 명품시계ㆍ보석 공간 ‘마스터피스존’에서 ‘오뜨 올롤제리(Haute Horlogerie) 컬렉션’이 열린다. 파텍필립, 예거르쿨트르, 까르띠에, 브레게, IWC 등 12개 브랜드가 참여해 250여개 제품, 450억원어치를 선보인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18일까지 제5회 ‘에비뉴엘 워치&주얼리 컬렉션’을 통해 450억원 규모 컬렉션을 선보였다. 까르띠에는 올해 스페셜에디션인 ‘발롱블랑 드 까르띠에’와 ‘똑뛰워치’를, 불가리는 세계 최초로 ‘옥토 솔로템포’를 공개했다.

명품시계 열풍에서 한 발 비껴나 있었던 AK플라자도 가세한다. AK플라자는 4대 명품시계로 꼽히는 브랜드 매장이 한 곳도 없으며, 하이엔드급 브랜드 부티크도 없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5월 말부터 애경그룹 60주년을 기념해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등의 최고가 한정판 모델을 단독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품시계 수입사 한 관계자는 “시계는 주얼리와 함께 백화점에 판매되는 명품 중 가장 위버럭셔리를 겨냥하기 때문에 (입점 과정에서) 백화점과 고객의 바잉파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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